주식에 투자할 때 투자자가 지는 위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과 ‘비체계적 위험(Unsystematic Risk)’이 바로 그것이다. 체계적인 위험은 경제 환경에 따른 위험이다. 경기침체와 호황 같은 거시 경제 환경이 변하면서 투자자가 지게 되는 위험이다. 비체계적인 위험은 투자한 개별 기업과 관련된 위험이다.
최근 들어 급락한 주가는 체계적인 위험에 따른 것이다. 그리스에서 촉발된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세계 증시를 덮쳤다. 게다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쳐 위험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 상장된 개별 기업들의 비체계적인 위험은 여전히 낮은 상태다. 최근 주가 급락으로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0년 이후 국내 증시 평균 PER인 9.1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결국 개별기업과는 상관없이 거시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주가를 끌어내린 ‘과매도’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높아진 주가에 펀드 투자를 주저했던 투자자라면 지금이 투자의 적기가 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주가 하락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당시 주가 급락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당시엔 기업들의 이익 감소와 함께 주가가 하락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의 이익 감소는 거의 없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으로 주가만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주가가 급락하면 투자자들은 공포감에 짓눌려 섣불리 주식을 매입하기 어렵다. 또 자칫 잘못된 종목을 선택할 경우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주가 하락기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싸게 구입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한다면 분산투자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주가가 급락했을 당시 펀드에 투자했던 이들이라면 지금 계좌에 찍힌 수익률을 보면서 언제 펀드에 가입해야 하는지 확신을 얻었을 것이다.
주식시장에 새로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당시 위대한 투자자로 불렸던 제시 리버모어의 일대기를 다룬 책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의 첫 문구다. 주식시장은 인간의 욕심과 공포로 움직인다. 그리고 욕심과 공포가 빚어내는 주식시장의 큰 흐름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다. 현재의 주가 하락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하락이 있다고 해도 그 폭은 깊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추가 하락이 있어도 적립식 투자를 하는 투자자라면 주가 상승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지금이 바로 투자의 적기로 판단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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