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도 수익내야 생존… 노조 설득 먹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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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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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시언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퇴직 등 통해 자연 구조조정
일 따내려 사업제안서 내고
각종장비 개발해 특허 신청

서울시설관리공단에 민간기업의 경영혁신 기법을 도입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인 우시언 이사장. 이훈구 기자
서울시설관리공단에 민간기업의 경영혁신 기법을 도입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인 우시언 이사장. 이훈구 기자
2006년 1541명이던 인력이 2009년 말 1371명으로 3년 만에 170명이 줄었다. 인사에 관해 노조와 합의하도록 돼 있던 단체협상 조항도 없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 흔한 ‘이사장 퇴진 운동’이 한 번도 없었다. 대신 경영효율성은 훨씬 높아져 올 3월에는 28년 역사상 처음으로 우수 지방공기업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엔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의 이야기다. 비효율의 대명사로 통했던 공공기관 조직이 몇 년 사이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민간인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한 혁신 덕분이다.

우시언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현장에서 지휘한 금강산사업소 총소장 출신이다. 현대·기아자동차 기획총괄본부 전략기획실장(전무)을 거쳐 2007년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됐다.

“처음 조직을 맡고 보니 민간 경영자라면 용납할 수 없는 비효율성이 너무 컸어요. 한 사람이 해도 될 일을 두세 사람이 했고, 서울시가 맡기는 일만 했죠. 공기업도 새 사업을 창출해 수익을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노조를 설득했습니다.”

강제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자연감소분은 신규 인력으로 채우지 않았다. 비효율적인 인력도 새로 배치했다. 주차장 관리를 무인화했고 견인보관 업무는 아예 구청으로 넘겨버렸다. 남은 인력은 직무교육을 통해 새 업무를 맡겼다.

2007년 이후 공단 업무에는 새로운 리스트가 추가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울시 도로사업소에서 맡던 자동차전용도로 포장 업무가 추가됐고, 동대문운동장을 헐고 새로 짓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발주 업무도 들어왔다.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수집한 교통정보를 상업화하는 방안도 모색했다. 얼마 전에는 KT, 한국도로공사와 제휴해 실시간 고속도로 교통정보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터넷TV(IPTV) 교통정보방송을 6월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신규 사업이 늘다 보니 최근 신입직원 34명을 뽑기도 했다.

새로운 업무를 하고 싶다고 거저 얻어올 수는 없다. 공단은 새 업무를 따기 위해 민간기업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공기업에서는 드문 사업제안서를 냈다. 효율성 높은 도로 보수 장비를 개발해 14건의 특허를 받았다. 기존에는 사람이 일일이 걸레로 닦던 도로의 시선 유도봉이나 도로 안전표지를 새로 개발한 고압용 물펌프를 활용한 브러시로 닦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파손된 도로를 보수할 때 비가 오면 천막을 치고 빗물유입방지 시설을 해 도로포장의 품질을 높였다. 교통정보방송도 전국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KT 휴대전화 사용자의 정보를 취합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특허를 신청했다.

우 이사장은 “그동안 공단 내부에서는 ‘경쟁’이라는 개념이 없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실력을 갖춰서 민간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것, 비용을 줄이고 고객만족도를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식이 생겼고, 그러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바뀐 곳이 지난해 새 모습을 선보인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이다. 어린이에게 친숙한 작고 귀여운 동물은 가까이에서 만져 볼 수 있도록 하고, 사자 호랑이 같은 맹수도 유리벽을 만들어 바로 눈앞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미루나무 등 대공원 안의 죽은 나무뿌리를 가져다 놓고 학습시설로 활용한 ‘나무 뿌리원’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비용 한 푼 들이지 않았다.

공단의 한 직원은 “경영진과 노조가 수시로 대화하고 직원식당에 간부이용석의 칸막이를 없애다 보니 직원들의 자발성이 높아지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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