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나라 그리스의 재정 파탄에서 비롯된 유로존의 경제위기가 세계 증시를 크게 뒤흔들고 있다. 한때 그리스 문명의 발상지로 문학 철학 예술 등 세계 문화의 전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나 이제는 부패 탈세 국가부채 등으로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그리스 하면 떠오르는 것이 이솝우화로 이는 고대 그리스의 노예이자 이야기꾼인 아이소포스가 지은 우화 모음집으로 알려져 있다. 이솝우화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동물들을 의인화해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이솝이 살아있다면 주식투자자들을 투자 성격에 따라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동물 유형으로 분류했을 것 같다.
첫째, 사자형 투자자다. 이 유형에는 나름대로의 투자 철학이나 신념이 확고하고 늘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해당된다. 자기주장과 고집이 지나치게 강해서 약세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해 손해를 크게 보는 때가 많다. 그러나 강세장이 되면 공격적인 투자 성향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서 손해를 빠른 시간에 만회하고 큰 이익을 남기기도 한다. 신용융자 등 외상거래도 즐겨 사용하고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에 대한 적응력도 빠른 편이다. 사자형은 주위 사람들의 조언에 가끔 귀를 기울이고 자기 고집을 조금만 꺾으면서 위험관리에 신경을 쓴다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유형이다.
둘째, 토끼형이다. 이 부류는 겁이 많고 우유부단하며 늘 방어적인 투자를 하는 유형이다. 항상 손실을 염려하며 지나치게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약세장에서 큰 손해를 보지 않지만 강세장에서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하는 등 애당초 증시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나은 부류이다. 선물, 옵션 등에 대해서는 지레 겁을 먹고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다. 따라서 토끼형은 직접 투자를 하기보다는 적립식펀드 등 위험분산형 간접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셋째, 여우형 투자자로 증시의 변화에 잘 대응하고 시장 주도주를 재빠르게 선택하는 투자자들이다. 약세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약간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강세장에 진입하면 핵심 테마주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시장 주도세력들의 움직임을 잘 간파하면서 민첩하게 대응해 큰 이익을 남긴다. 소위 ‘스마트 머니(smart money)’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고 돈의 흐름을 선도하거나 잘 따라잡는다. 시장 상황에 따라 공모주 청약이나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파생상품 연계 투자를 적절하게 병행하기도 하는 등 주식 투자에서 가장 성공할 수 있는 유형이다.
마지막으로 당나귀형은 주관이 없고 귀가 얇아 남의 말에 금세 현혹되는 유형이다. 증권사 객장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를 잘 쫓아다니고 쉽게 부화뇌동해 작전세력들의 먹이가 되기 쉽다. 약세장에서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반대로 강세장에서 방어적인 투자를 하는 등 시장의 흐름을 거꾸로 타는 사례가 많다. 이런 유형이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고 하면 주가의 상투가 다가왔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인간지표 역할을 하고 자주 큰 손해를 보는 등 주식투자에서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유형이라고 하겠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명언으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는 격언은 원래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전 현관 기둥에 새겨져 있는 글귀라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것이 학문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로 이 경구를 자주 인용하였다고 한다. 이 격언대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지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으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춘 것이라고 하겠다.
주식 투자 역시 자신이 현재 어떤 유형의 투자자에 가까운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춰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면 성공 투자로 한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구절처럼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이제부터 내가 어떤 투자유형에 속하는지 객관적으로 잘 점검해 보고 여러 투자유형 중에서도 주식 투자에 가장 이상적인 여우형 투자자가 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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