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외국인 직원들, 기업 활력주는 ‘자극제’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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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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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百 외국 출신 3명
한국 회사원으로 사는 법

롯데백화점 외국인 직원 3총사는 국적은 다르지만 “한국에서 배운 선진 경영 기법으로 훗날 모국과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중국인 왕스 씨, 러시아인 트카첸코 막심 씨, 인도인 쿠마르 아지트 씨.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외국인 직원 3총사는 국적은 다르지만 “한국에서 배운 선진 경영 기법으로 훗날 모국과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중국인 왕스 씨, 러시아인 트카첸코 막심 씨, 인도인 쿠마르 아지트 씨.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 중국인 왕스 씨
中고객 브로슈어 제작 감수
“롯데쇼핑 중국법인장이 꿈”

■ 러시아인 트카첸코 막심 씨
식사는 동료들과 한식으로
회식땐 분위기 메이커 자처

■인도인 쿠마르 아지트 씨
“고객 영수증에 영문 병기”
아이디어로 회사 포상 받아

“외국인 고객이 결제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영수증에 한글과 영문을 병기하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카드결제액’ 옆엔 ‘CARD’, 현금결제 옆엔 ‘CASH’, ‘합계’ 옆엔 ‘TOTAL’이라고 같이 적는 거죠.”

지난달 롯데백화점 사내 아이디어 공모에서 우수제안으로 선정된 이 아이디어의 주인공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일하는 인도인 직원 쿠마르 아지트 씨(32). 2008년 입사해 남성스포츠팀에서 근무하는 쿠마르 씨는 자신이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느꼈던 사소한 불편함을 아이디어로 연결해 회사로부터 포상까지 받았다.

○ 동료 위해 이름도 동양식으로

인도 네루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뒤 2004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한 그의 원래 이름은 ‘어지트 쿠마르’. 입사 후 한국인 동료들을 위해 동양식으로 성을 이름 앞에 쓰고 ‘어지트’란 이름도 기억하기 좋게 ‘비밀장소’란 뜻의 ‘아지트’로 바꿨다. 수준급의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쿠마르 씨는 “외국인 직원이 한국어로 응대하면 서비스에 불평하던 고객들도 금세 화를 누그러뜨린다”며 “외국인이라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을 많이 듣지만 사실 외국인이라 좋을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한 달 전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팀에 배치된 트카첸코 막심 씨(32)는 올해 2월 입사한 러시아 출신의 신입사원이다. 모스크바 국립대에서 한국 경제를 공부하고 고려대 대학원(노어노문학)을 졸업한 그는 요즘 한국의 직장문화 익히기에 열심이다. 식사는 동료와 함께 한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기본. 팀 회식도 빠지지 않고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한다. 막심 씨의 직속상사인 에비뉴엘팀 이진하 팀장은 “처음엔 막심 씨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지금은 모두 기우였다는 생각이 들 만큼 조직에 잘 융화됐다”고 말했다.

○ 성실함-유연함으로 신임 얻어

2007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중국인 왕스 씨(30)는 외국인 직원 중에서도 왕고참이다. 중국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그는 중국 고객용 브로슈어와 홈페이지 제작 감수에서 중국인 귀빈 통역에 이르기까지 1인 2역을 마다 하지 않는다. 중국 산둥대에서 국제무역을 공부하고 상하이에서 부동산 담당 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그는 “한국에서 열심히 일을 배워 향후 롯데쇼핑 중국 법인이 만들어지면 법인장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당찬 포부를 밝히는 이들도 한국의 조직문화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위계적인 사무실 분위기와 ‘빨리빨리’ 문화는 이들에게 거대한 벽처럼 다가왔다. 까다롭기로 소문이 난 한국인 고객들의 불만을 처리하느라 마음고생도 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3명의 외국인 직원은 성실함과 유연함으로 한국인 동료와 고객의 신임을 얻어가고 있다.

현재 롯데쇼핑 소속 외국인 정규직원은 왕스 씨 등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근무하는 3명과 중국 현지에서 공채한 인원 10명이 전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외국인 직원이 회사의 글로벌 역량과 기업문화의 다양성을 증대시키고 있다”며 “국내의 외국인 유학생 채용과 외국 대학 공개채용 등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계속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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