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천안함 사태로 북한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감돌았다. 원-달러 환율이 단 이틀 새에 50원 넘게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환율은 제자리를 찾고 있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도 매도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천안함 쇼크의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문제는 여전하다. 특히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가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의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조정하면서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재정위기의 확산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긴축정책에 따른 경기 위축의 두려움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부터 회복되는 과정에 이미 들어섰고 그 속도는 점차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재정위기의 진통이 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정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위기의 전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내용처럼 7500억 유로 규모의 유로안정기금이 마련됐고 독일의회도 자국의 분담금(1480억 유로)을 승인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채권 매입을 결정했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이처럼 전이를 차단하려는 정책의 실행은 투자심리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그리스가 직면한 문제가 유동성 위기가 아닌 지급불능(insolvency) 문제임에 주목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중심으로 ‘질서정연한 파산’을 다룰 수 있는 메커니즘도 논의되고 있다.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최근 문제 회원국에 대한 자금지원 보류, 유럽연합(EU) 투표권의 일시적 박탈, ‘질서정연한 파산’ 메커니즘 구축 등을 제안한 바 있다. 독일이 ‘질서정연한 파산’을 다룰 수 있는 기구를 준비한다는 것은 최악의 상황, 즉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을 가정하고 있음을 뜻한다. 독일이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퇴출시키기보다는 유로존 내에 묶어두면서 유로의 안정과 강화를 꾀하겠다는 뜻이다.
한 국가의 파산까지 거론된다는 점에서 두려움이 형성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독일을 중심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국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지역의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의 수위를 낮춰줄 수 있는 긍정적인 이슈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대규모 지원안과 점차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지원국들의 태도 등을 감안할 때 유럽 문제는 점차 안정화 속도를 높여갈 것으로 판단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