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문득 생각난 말입니다. 북한의 애매모호한 행보에 대해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도 해당되는 말일 수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설비 및 물자 반출을 제한하겠다고 통보하자 개성공단에 일찍 진출한 업체 관계자들은 “북한이 입주기업의 철수를 막아 공단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는 희망 섞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개성공단 개발 초기에 진출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북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고, 수익도 어느 정도 내고 있는 업체입니다.
이 선발업체들은 최근 일부 입주기업이 중국에 대체 공장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 지도총국이 이를 만류하는 등 다급해하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북한 당국으로선 한 해 4000만 달러 이상의 현금 수입을 보장해주는 개성공단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에 반해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적자를 보고 있는 후발업체들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전제로 부의 유출을 막고, 폐쇄 이후 자산 압류를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후발업체들은 북측이 이번 반출 제한조치를 통보할 때 이전처럼 공문으로 하지 않고 총국 관계자가 직접 구두로 전달한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문서보다 구속력이 떨어지는 구두 통보의 형식을 빌려 언제라도 말을 바꾸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군부의 강경 조치와 지도총국의 유화 제스처를 번갈아 보여주는 강온 양면 전술로 남측을 압박하려는 전통적인 수법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유화 제스처를 통해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어느 쪽의 해석이 맞을지는 대북 심리전 재개 여부와 이에 따른 북측의 대응 등 추후 상황 전개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선발이건 후발이건 대부분의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대북 사업에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접근해 수십억, 수백억 원을 투자하는 리스크를 스스로 짊어졌다는 점입니다. 우리 정부가 인프라 구축 등 대북 사업 지원에 나섰던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북한 역시 개방에 따른 리스크를 각오하고 땅과 인력을 댔습니다. 부디 남북 당국과 기업인들의 이런 초심(初心)이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고 결실을 봤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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