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들, 소비자편에 서서 발로 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3일 03시 00분


이마트 ‘상시저가 정책’ 5개월… 뭐가 달라졌나

올해 2월 신세계이마트 수산담당 바이어와 노르웨이 바다목장 관계자가 첫 계약을 기념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이전보다 가격이 30% 저렴한 연어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 사진 제공 신세계이마트
올해 2월 신세계이마트 수산담당 바이어와 노르웨이 바다목장 관계자가 첫 계약을 기념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이전보다 가격이 30% 저렴한 연어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 사진 제공 신세계이마트
싼 가격으로 지속 공급 위해
산으로… 바다로… 해외로…
산지 직접찾아 물량 확보


박장대 신세계이마트 수산담당 바이어(40)는 2월 노르웨이로 날아가 5일 동안 머물며 현지 바다목장을 샅샅이 뒤져 그중 4곳과 연어 직수입을 계약했다. 이를 통해 3개월 물량을 들여와 예전보다 30% 저렴하게 팔 수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입 농수산물 바이어들은 국내 수입업자들을 통해 물량을 주문하고 가격을 협상해 판매하면 그만이었다. 강력한 ‘바잉(buying) 파워’를 앞세워, 심지어 수입업자를 직접 만날 필요도 없이 전화 한 통만으로 할인행사를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처럼 이마트 바이어들을 움직이게 만들었을까.

최병렬 이마트 대표는 “2∼4일 혹은 길어야 일주일 수준이었던 단기 할인행사를 완전히 폐지하고 1월부터 최소 한 달 이상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상시저가(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시작하면서 바이어들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단기 할인행사 중심이었을 때는 광고 전단에 자신이 담당한 제품을 실을 수 있는지 여부가 바이어 역량의 핵심이었다. 전단 게재는 곧 매출 상승과 직결됐기 때문. 또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재밌고 자극적인 광고 문구를 만들어 내는 것도 바이어의 중요 업무였다. 장중호 이마트 마케팅 담당 상무는 “‘10년 전 가격으로 드립니다’ ‘사상 최저가’ ‘폭탄세일’ ‘우리 대표가 미쳤어요’ 등이 모두 바이어들이 만든 것”이라며 “이제 이런 문구에 대한 고민보다는 최소 한 달 이상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제품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바이어들이 산으로 바다로 해외로 산지(産地)를 직접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마트가 지난달 20일 기존의 산지직거래보다 더 강화된 ‘완전 산지직거래’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EDLP 정책의 영향이다. 완전 산지직거래는 산지 협력회사나 생산자단체까지 배제하고 이마트가 산지 농가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바이어들이 현장에 나가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바이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예를 들어 파인애플의 경우 과거에는 ‘돌(Dole)’이나 ‘델몬트’ 등 글로벌 기업을 통해 수입해 왔다. 그러나 가격을 더 낮추고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이마트 바이어가 직접 해외 농장을 개발하게 된 것. 이마트는 현재 필리핀 파인애플 농장에서 직접 소싱을 통해 예전보다 개당 800원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바이어들이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주목하게 된 것도 큰 변화다. 단기 할인행사에서는 가격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늘 싸게 파는 상황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이마트는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수입해 어떻게 팔고 있는지 과정을 설명하는 서술형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최 대표는 “EDLP 정책을 통해 이제 이마트 바이어들은 소비자편에 서게 됐다”며 “이를 통해 유통사와 소비자 간의 신뢰가 먼저 확보되고 점차 제조사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제조사-유통사-소비자 간 ‘유통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