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의 가치를 낮게 보는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덫에서 고전하던 국내 상장 중국기업이 재도약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편견에 가려진 중국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덕분이다.
증권사들도 중소형주(스몰캡)팀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내리막길을 걷던 이들 기업의 주가도 지난달부터 반전의 조짐을 보인다.
○‘다시 보자, 중국기업’
4월 초 연합과기가 회계감사 의견 거절로 퇴출 위기에 몰리면서 국내 상장 중국기업은 주가 급락의 홍역을 치렀다.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중국기업이라면 무조건 기피하는 심리가 확산됐다. 4월 상장한 동아체육용품은 상장 이후 10일 만에 공모가 대비 주가가 45% 떨어지는 등 투자자들의 극심한 외면현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남유럽 재정위기와 북한 리스크로 국내 증시가 연일 급락하는 속에서도 상승 또는 소폭 하락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찾았다. 중국원양자원은 5월 한 달 동안 11.1% 상승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기업들의 주가가 평가가치(밸류에이션) 대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한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10.7배지만 중국원양자원은 7.5배, 중국엔진집단은 6.2배다. 동아체육용품은 3.3배로 70% 가까이 저평가돼 있다. PER가 낮으면 주당순이익(EPS)에 비해 주가가 싸다는 뜻.
반면 이들 기업의 EPS 성장률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은 미국 상장 중국기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익성장률도 연간 30%를 넘고 있다. 김철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은 성장률과 수익성에 비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증권사 리서치가 강화되고 신뢰회복 노력이 가시화되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저평가의 차원을 넘어 중국의 경제성장, 소비촉진 정책에 따른 내수시장의 확대 등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김희성 한화증권 연구원은 “신뢰감 결여로 저평가된 중국 관련주는 중장기 성장성, 내수 소비, 위안화 절상 수혜 등을 감안할 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보 부족은 여전, 옥석 가려야
하지만 중국기업의 성장세만 보고 무턱대고 투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기업이라고 다 같은 것도 아니다. 시가총액 5900억 원의 중국원양자원부터 170억 원의 화풍집단까지 다양하다. 시가총액 1000억 원 미만의 중국기업 중에는 지난달 주가가 10% 이상 빠진 곳도 여럿 있다.
사업 기반이 중국 현지에 있기 때문에 기업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도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이다. 황성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보는 “지난달 중국 현지를 방문해보니 차이나 디스카운트는 지나친 편견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중국 현지 기업설명회, 국내 합동 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중국기업의 실체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오해를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기업도 억울하다는 하소연을 넘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중국엔진집단은 최근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 스포츠용품업체 차이나그레이트의 지펑(吉鋒) 한국연락사무소장은 “실적을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배당률 상향, 연간 두 차례 중국 현지 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중국기업이 재평가받고 한국 증시에 더 많이 상장하면 ‘차이나 프리미엄’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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