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체 스스로 실내온도 조절… 지열-빗물로 급탕

  • Array
  • 입력 2010년 6월 4일 03시 00분


연세대 인천 송도캠퍼스 저에너지 주택 ‘그린홈 플러스’ 르포


《1일 오후 3시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자리 잡은 연세대 송도 캠퍼스. 정문을 지나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100여 m를 이동하자 지난달 26일 완공된 4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층은 일반 상가, 2∼4층은 아파트인 ‘미니 주상복합’과 같은 평범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냉난방, 급탕 에너지를 외부에서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를 실현하며 한국의 녹색성장을 이끄는 국내 최고의 기술이 숨어 있는 것이다.》

벽-천장에 ‘모세관’ 설치
실내 더워지면 냉기 뿜고
추워지면 열기 내보내

신재생 에너지로 ‘탄소 제로’
건물전체 단열재-태양열 발전
에너지 소비 100% 자체 해결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그린홈 플러스’. 에너지 다소비형 주택 외에 에너지 40%, 60%, 80%, 100% 절감 모델 등 모두 5채의 모델하우스가 마련돼 있다. 인천=나성엽 기자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그린홈 플러스’. 에너지 다소비형 주택 외에 에너지 40%, 60%, 80%, 100% 절감 모델 등 모두 5채의 모델하우스가 마련돼 있다. 인천=나성엽 기자
‘그린홈 플러스(Greenhome plus)’로 불리는 이 건물은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원받았다.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연세대, 대림산업으로 구성한 ‘저에너지 친환경 공동주택 연구단’을 중심으로 서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환경건축연구원, 쏠라테크, 에이팩,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30여 개 업체와 기관이 2006년부터 4년간 산학연 합동 연구로 제작했다.

그린홈 플러스에는 냉난방 및 급탕을 100%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미래형 주택 개발을 위한 각종 첨단기술이 적용된 모델하우스가 마련돼 있다. 모델하우스에서는 △에너지 다소비형 주택 외에 △에너지 40% 절감 모델 △60% 절감 모델 △80% 절감 모델 △100% 절감 모델 등 모두 5채를 둘러볼 수 있다.

연구단이 100% 절감 모델 하나만 만들지 않고 절감률에 따라 여러 가지 모델하우스를 만든 것은 시기별로 상용화가 가능한 그린홈 플러스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국토해양부는 2012년부터는 에너지 30% 절감 아파트, 2017년은 60% 절감 아파트, 2025년부터는 냉난방·급탕비를 한 푼도 내지 않는 100% 절감 아파트에만 건축 허가를 내줄 계획이다. 따라서 건설사들은 시기별로 이 규제보다 앞선 에너지 절감 주택을 지어야 한다.

그린홈 플러스의 100% 절감 아파트에 들어가 봤다. 거실과 안방 등은 이미 분양 중인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거실 창을 열면서 내려다본 창틀의 두께를 보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진공단열재 등이 시공된 벽의 두께는 약 50cm로 두께 52mm짜리 유리가 창틀에 3중으로 설치됐다.

아파트의 바닥과 벽, 천장에는 ‘모세관 복사 냉방 시스템’이 가동 중이었다. 이 시스템은 기존 난방방식과 유사하지만 온수가 흐르는 파이프가 빨대 굵기(지름 3mm)로 가늘고, 바닥에만 파이프를 까는 기존 난방방식과 달리 벽, 천장에도 모세관이 설치돼 있다. 모세관은 섭씨 40도의 온수뿐 아니라 20도의 냉수도 흘려보내 여름에는 복사 냉방 기능까지 수행해 냉·온돌의 역할을 모두 한다.


그린홈 플러스가 에너지를 아끼는 원리는 단열 기능과 신재생 에너지 활용이다. 우선 그린홈 플러스의 모든 모델하우스에는 단열재가 실내가 아닌 실외 벽체에 시공돼 있다. 벽을 뚫고 이미 실내로 들어온 열을 실내에서 막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건물 전체를 단열재로 감싼다는 것.

또 모든 창호는 바깥쪽과 안쪽에 이중으로 설치되며 모델에 따라 유리 두께만 24∼52mm 차이가 난다. 특히 바깥 창은 양손으로 밀면 창문 전체가 벽에서 수평으로 떨어져 나와 마치 유리창이 없는 것과 같은 환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기에 태양열 발전과 지열은 물론 빗물에서 열을 흡수해 난방을 하는 히트펌프 등이 더해져 냉난방비, 급탕비의 대부분을 절감하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대기전력 차단 등의 고효율 설비가 추가돼 에너지 100% 절감 아파트 구현이 가능해진다.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대림산업 기술연구소 유형규 박사는 “저에너지 주택을 건설할 경우 40% 절감 모델은 10%, 100% 절감 모델은 40%가량 분양가가 비싸지기 때문에 지금 제도로는 기술력이 된다고 해도 집을 지을 수 없다”며 “앞으로 관련법이 개정돼 친환경 주택에 대한 각종 세제혜택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나성엽 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