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안 ‘연내 통과’ 물 건너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4일 03시 00분



타협-소통 부재로 표류… 5월 국회서 논의조차 안돼
하반기엔 새롭게 院구성… 법안 처리시기 기약 못해

2월 국회 무산, 4월 국회 무산, 5월 국회 무산….

그 어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던 농협법 개정안의 모습이다. 농협중앙회를 신용(금융) 부문과 경제(농축산물 유통) 부문으로 분리하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을 두고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은 매번 “이번 국회에서는 통과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16년 동안 진전이 없었던 농협법 개정안은 올해 상반기에도 마찬가지였다.

○ 정부 탓? 농협 탓? 국회 탓?

올해 초 농식품부와 농협은 각자 최우선 과제로 농협법 개정안 통과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민승규 1차관이 개정안 통과를 진두지휘하며 총력전을 벌였고, 농협 역시 120명이 넘는 대규모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개정안 통과를 준비해 왔다.

당초 최대의 걸림돌은 농식품부와 농협의 견해차였다. 양측은 명칭, 분리 시점 등에 대한 대략적인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통합에 따른 정부 지원금 규모와 방식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는 “양측의 합의 없이는 통과는 없다”고 밝혔다.

결국 2월 국회 회기를 넘긴 뒤에야 농협이 “실사를 통해 정부 지원금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극적인 타결이 이루어지는 듯했으나 이번엔 상임위원회를 넘어서지 못했다. 농협의 보험 진출을 반대하는 보험업계 여론이 높아지자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농협의 보험업 진출과 관련해 관련 상임위(정무위원회)에서도 이견이 많은데 그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고 제동을 건 것.

이에 따라 정무위는 4월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보험업 진출을 희망하는 농협과 이를 막고자 하는 보험업계의 의견이 맞서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여기에 정부가 제출한 안 외에도 민주당의 김춘진, 김영록 의원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독자적인 농협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농수산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정부·여당의 농협법 개정안 졸속심사에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5월 임시 국회에서도 논의조차 못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민감한 이슈인 만큼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고 말했다. 한 야당 의원 보좌관 역시 “개정안을 둘러싼 의원 개개인의 입장이 다 다른 데다, 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것은 미룬다는) 분위기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 농협, 국회의 협상과 소통 부재로 농협법은 또다시 표류하게 됐다.

○ 하반기 통과 가능성은?

물론 농협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와 농협 모두 “올해 안에는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하반기에 국회 원구성이 새롭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국회의장이 바뀌는 것을 필두로 각 상임위 의장과 소속 의원들이 바뀌게 되는 것.

농협 관계자는 “일부 의원은 여전히 농수산위를 맡겠지만, 새로 배정된 의원들에게는 다시 개정안의 기초부터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농민, 농협, 정부, 보험업계 등 여러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얽혀 있는 법안인 탓에 법안 설명부터 법안 통과까지 얼마나 걸릴지 기약할 수 없게 된 것. 이에 대해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가 농협법 개정안 통과의 최대 적기였는데 너무나 안타깝다”며 “이대로 간다면 연내 통과도 장담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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