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다. 또 중국 정부의 규제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많은 한국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철저한 시장 조사와 적극적인 전략적 제휴,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혁신적인 사업 모델 을 앞세워 중국에서 선전하고 있다. DBR 그래픽
《최근 국내 대기업 사이에 중국 진출 열풍이 거세다. 이른바 ‘제2의 중국 러시’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아직까지 현지 성공사례는 많지 않다. 많은 기업이 한국에서의 성공 방정식에 집착해 현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자원의 제약과 치열한 경쟁 등 난관을 극복하고 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들은 치밀한 시장 조사와 현지 역량의 효율적 활용, 선도적인 마케팅 및 브랜딩 전략으로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8호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성공 전략을 분석했다.》
○ 시장조사로 상식 뒤집기
LG전자는 2000년대 중반 중국 시장에서 세탁기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세탁기 시장 점유율이 3위였지만, 성장곡선이 완만해지고 있었다. 기존의 전통적인 세탁기인 이른바 ‘통돌이 세탁기’는 하이얼 등 중국 현지 업체의 등장으로 범용화됐고 가격이 급락했다. 이를 타개할 만한 묘안이 필요했다.
LG전자 난징법인은 중국인의 세탁기 사용 행태에 대한 소비자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빨래할 때 항상 소독을 먼저 한다’고 답했다. 이는 중국인의 위생 관념이 약할 것이라는 막연한 예상을 뒤집는 결과였다. LG전자는 중국인들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황사, 신종 인플루엔자 등으로 바이러스나 세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평가했다. 세탁기 판매 고전하던 LG전자 ‘소독제 코스’ 추가한 뒤에 대박 두부배달 中유통망 없었던 CJ 얼상그룹과 손잡고 시장 석권 아모레, 명품 마케팅-보습제품 주력 촉촉한 ‘라네즈’로 中여심 적셔 갓 구운 빵 내고 제품군 다양화 파리바게뜨, 中제과문화 바꿔
이를 바탕으로 기존 세탁 코스에 소독제 코스를 추가하고, 세제 투입구 옆에 소독제 투입구를 따로 만든 ‘프라임(PRIME)’ 세탁기를 지난해 4월 시장에 내놓았다.
소독세탁기는 낯선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지가 성공 관건이었다. LG전자는 중국 내 소독제 1위 기업인 데톨과 손을 잡고 제휴 마케팅(co-marketing)을 펼치기로 했다. 데톨은 온도가 높고 습한 중국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촘촘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소독세탁기의 주력 소비자 층이 데톨의 소비자 층과 상당 부분 겹칠 것으로 보고, 데톨이 판매되는 중국 남부 지역의 대형 할인마트에서 소독세탁기를 홍보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프라임을 앞세워 지난해 판매 목표치(6만 대)를 웃도는 9만 대의 소독세탁기를 판매할 수 있었다. 판매량을 150%로 늘린 셈이다. 현지 프리미엄급 세탁기 점유율도 8%에서 14%로 뛰어올랐다. 이지형 LG전자 난징법인 세탁기 지역사업리더(RBL)는 “치밀한 사전 조사 덕분에 중국 시장에 대한 선입견을 뒤집고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전략적 제휴로 윈윈
빠른 시간에 유통 인프라를 확보하거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성공한 제품도 있다. 베이징에서 8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CJ바이위(白玉) 두부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할 수 있는 제품군으로 두부를 골랐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인들의 두부사랑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두부를 말할 때 ‘백흘불염(百吃不厭·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이라고 한다.
중국 진출을 결정하고 나니 배송 문제가 떠올랐다. 신선한 두부를 매일 배송하려면 유통 인프라가 중요하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의 중국 내 유통 인프라는 사실상 전무했다. CJ제일제당은 독자 진출하기보다 이미 인프라를 갖고 있는 현지 기업과 합작하기로 하고 파트너를 물색했다. 마침 얼상그룹은 베이징에서 90% 이상의 인지도를 보이고 있는 자사 두부가 워낙 저가(低價)로 팔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양측은 2007년 합자기업을 세웠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바이위 두부의 브랜드력과 판매 네트워크, 냉장 유통 인프라에 CJ제일제당의 마케팅과 연구개발(R&D) 역량이 결합됐다. 합자 전보다 매출은 70%가량 늘었고 순익은 흑자로 전환됐다.
특히 얼상그룹의 신선냉장 인프라를 활용해 포장콩나물 같은 제품 카테고리를 늘릴 수 있었다. 김송수 베이징얼상CJ식품유한공사 마케팅총감은 “한국식으로 콩나물과 녹두를 깔끔하게 포장해 팔았는데 매출이 작년보다 100% 늘었다”고 말했다.
○ 익숙한 영업방식 버리기
기존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법칙을 따르지 않고 이를 획기적으로 바꾼 기업도 있다. 파리바게뜨가 그 주인공. 파리바게뜨는 2004년 중국에 진출했을 당시에는 공장에서 제품을 실어와 점포에서 판매하는 비교적 단순한 방식을 채택했다. 이후 파리바게뜨는 현지 고객들의 요구 수준을 충족하는 데 만족하기보다는 매장에서 빵을 바로 구워 판매하는 시스템(bake-off system)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판매 공간과 제빵 공간 사이에 큰 유리벽을 만들었다. 빵을 직접 만들어 판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또 판매 공간과 제빵 공간 사이에 큰 종을 설치했다. 제빵사는 빵을 매장에 내놓을 때 종을 치면서 중국어로 ‘단팥빵이 나왔습니다’라고 크게 외친다. 일종의 의식(ritual) 마케팅을 하는 셈.
페이스트리류와 케이크, 샌드위치 등 기존 중국 빵 시장에서 보기 드물었던 제품도 내놓았다. 제품 종류를 다른 제과점(50∼60가지)보다 훨씬 많은 200∼300가지로 늘렸다. 매장 직원은 전원 현지인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한 뒤 표준화된 교육을 실시했다. 매장 내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이 결과 중국 내 매장 직원은 1000여 명이지만 이 중 한국인 직원은 17명에 불과하다.
혁신적인 판매방식이 성공하자 미국 던킨도너츠 본사는 중국 내 던킨도너츠 사업을 파리바게뜨에 맡겼다. 황희철 파리바게뜨 중국법인장은 “인력은 철저히 현지화하되 영업 전략은 현지식 문화를 뒤집으려고 했던 시도가 주효했다”고 말했다. ○ 선별적인 유통채널 관리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는 중국의 20대 여성들에게 프랑스의 비오템, 미국의 크리니크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리미엄 인기 화장품으로 꼽힌다. 현재 라네즈 매장은 중국 51개 도시 백화점 163곳에 진출해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1176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55%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 진출 초기 대규모 시장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중국 여성 소비자들은 끈적거리는 느낌을 싫어하고 보습 효과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수분 제품을 주력으로 삼기로 했다. 또 ‘프리미엄 영 브랜드’로 브랜드 포지셔닝을 하고 유통 채널을 선별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중국은 너무 넓어 개별적인 로드숍을 내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글로벌 브랜드의 각축장인 중국 시장에 안착하려면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전문적인 카운슬링을 제공하는 게 필수였고, 이를 위해서는 백화점이 적합했다.
우선 1호점에 모든 마케팅 역량을 투입해 성공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1호점은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상하이 팍슨백화점으로 정하고,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몰두했다. 주력 고객인 2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의류 브랜드와 연계해 일정 금액 이상의 옷을 구입하면 라네즈 매장에 와서 제품을 사용해보게 하는 행사를 열었고, 라네즈 뷰티클래스도 열었다.
그 결과 다른 백화점에서 입점 요청이 쏟아졌다. 아모레퍼시픽은 백화점 등급을 A, B, C로 나눠 A급에만 입점했다. 이선근 아모레퍼시픽 국제영업1팀장은 “과거 중국에 진출했던 글로벌 브랜드 중에 상당수가 무분별하게 매장을 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프리미엄과 로열티를 상실하는 모습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8호(2010년 6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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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어리 반품? 응대 잘하면 열혈팬 된다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많은 기업은 반품을 싫어한다. 그래서 엄격하게 반품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는 회사가 적지 않다. 반품이 늘어나면 당장 기업에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신 연구 결과, 반품을 까다롭게 하는 게 장기적으로 기업 성과에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품 정책이 관대하면 예상대로 손실이 발생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이 늘어났다. 반품을 신청한 고객에게 성심을 다해 응대하면 해당 기업의 열혈 팬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대한 반품 정책을 도입해야 추가 구매 의향이 한층 강해진다는 설명이다. 쉽게 반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처음 구매를 결정하는 시점에 고객이 인지하는 위험 수준은 내려간다. 구매와 반품을 통해 고객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을 줄이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면 고객의 미래 구매가 늘어나 매출을 향상시킬 수 있다. 골치 아픈 반품을 활용해 미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실전 솔루션을 제시한다.
글로벌기업 되고 싶다면 ‘다국적 리더’ 육성하라
▼ ADL프리즘
각국 기업의 활동 무대가 세계로 확장되는 와중에도 유독 국내 시장을 벗어나지 못한 분야가 있다. 바로 최고경영자(CEO) 인재풀이다. 2008년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외국인 CEO를 둔 기업은 14%에 불과했다. 10대 기업 중 외국인 CEO가 있는 기업은 아일랜드 출신 CEO를 둔 미국 석유업체 셰브런 하나였다. 대다수 글로벌 기업은 여전히 본사가 위치한 국가의 내국인을 CEO로 임명한다. 국경을 초월한 CEO는 이제 막 등장한 개념에 불과하다. 현재 아무리 대단한 위용을 누리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이라 해도 외국인 경영진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않으면 가치 창출의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외국인 임원은 타국 출신이라는 한계에 굴하지 않고 현재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이런 인재들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해당 기업은 앞으로 이보다 더 뛰어난 인재를 얻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 기업의 잠재적 가치 또한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맥아더의 ‘제왕적 리더십’ 사랑 받은 이유는?
▼ 전쟁과 경영
맥아더(사진)는 생전에 시기와 존경을 함께 받았던 인물이다. 일부에서는 그가 거의 신처럼 행동했고, 찬양을 넘어 자기숭배의 수준으로 치달았으며, 부하들의 인격까지도 지배하려 했던 ‘제왕적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비판한다. 맥아더에게 그런 면모가 있었던 건 사실일지 모르지만 그의 제왕적 리더십은 자기만족이 아닌 공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서였다. 그는 제왕적 리더십뿐 아니라 서민적 리더십도 갖추고 있었다. 초고속 승진을 한 덕에 그는 병사들과 나이 차가 가장 적은 장교였다. 그는 이 장점을 활용해 병사들과 격의 없이 어울렸다.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최고의 인기 장교로 그가 꼽혔던 데는 병사들과의 잦은 스킨십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맥아더의 위대함은 서민적 리더십에만 머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때로는 형님 같은 서민적 리더십을, 생명이 오고가는 절박한 상황에선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제왕적 리더십을 선보였다. 전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맥아더 리더십의 비밀을 집중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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