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칼럼]‘며느리도 모르는’ 향수 제조법 베일 벗겨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5일 03시 00분



38가지 비밀 화학성분 중
일부 첨가물 호르몬 교란 확인
과거엔 영업기밀이 경쟁력 원천
21 세기엔 투명성이 성장의 화두


배우 더스틴 호프먼이 출연한 영화 ‘향수’는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매혹적인 향기를 만들기 위한 조향사(perfumer)의 광기와 집착을 그렸다. 당시는 누구도 따라 만들 수 없는 매혹적인 향수가 부와 명예를 안겨주던 시대였다. 유럽의 조향사들은 고유의 향수 제조비법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향수의 제조 성분을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경쟁력의 원천으로 봤기 때문이다.

프랑스보다 앞서 르네상스 시대에 향수 산업의 꽃을 피운 이탈리아의 조향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의 향수 기술은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를 대표하는 메디치 가문의 카테리나 데 메디치가 프랑스 왕실로 시집오면서 프랑스로 전해졌다. 당시 카테리나 데 메디치가 데려온 향수 제조사는 자신의 방과 실험실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를 마련하고 향수 제조법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프랑스인들은 이탈리아의 향수 비법을 알아냈고, 향수강국으로 도약했다.

최근 해외에서 이 ‘며느리도 모르는’ 향수 제조법의 베일이 일부 벗겨졌다. ‘안전한 화장품을 위한 캠페인(Campaign for Safe Cosmetics)’이라는 한 환경단체가 17개 세계 유명 향수 브랜드를 조사하고, 성분표시에 나타나지 않은 38가지 비밀 화학 성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향수의 감춰진 성분 중 일부가 호르몬을 교란하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명 향수 브랜드들이 공개하지 않는 상당수 ‘비밀 레시피’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시민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흘려들을 얘기는 아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확산되면서 기업과 소비자 간의 정보 불균형이 빠르게 줄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기업이 만든 제품의 세세한 특징과 제조 공정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가 넘쳐난다. 기업이 만든 제품이 시민의 건강, 사회와 자연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캐묻는 시민단체의 눈도 매섭다. 유럽연합의 REACH(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s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나 RoHS(Restriction of Hazardous Substances·유해물질제한지침) 등 제품 성분의 안전성과 재활용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도 강해지는 추세다.

이제는 투명성(transparency)이 기업을 키우는 시대다. 감추기만 해서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공급업체나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collaboration)’이나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도 지속하기 힘들다. 과거에는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영업비밀이 차별화된 경쟁력의 원천이었지만 이제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될 수 있다.

컨설팅회사인 애버딘그룹이 지난해 세계 12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품 개발 역량이 상위 20%에 포함되는 선두 그룹의 70%는 제품 개발 단계에서 물질에 대한 의무 준수사항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그룹의 응답률은 59%에 그쳤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며느리도 모른다’는 말이 통용되던 시절은 아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기업들에는 ‘햇볕이 최고의 살균제이자 영양제’라는 말이 실감나는 시대다.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8호(2010년 6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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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어리 반품? 응대 잘하면 열혈팬 된다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많은 기업은 반품을 싫어한다. 그래서 엄격하게 반품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는 회사가 적지 않다. 반품이 늘어나면 당장 기업에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신 연구 결과, 반품을 까다롭게 하는 게 장기적으로 기업 성과에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품 정책이 관대하면 예상대로 손실이 발생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이 늘어났다. 반품을 신청한 고객에게 성심을 다해 응대하면 해당 기업의 열혈 팬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대한 반품 정책을 도입해야 추가 구매 의향이 한층 강해진다는 설명이다. 쉽게 반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처음 구매를 결정하는 시점에 고객이 인지하는 위험 수준은 내려간다. 구매와 반품을 통해 고객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을 줄이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면 고객의 미래 구매가 늘어나 매출을 향상시킬 수 있다. 골치 아픈 반품을 활용해 미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실전 솔루션을 제시한다.

글로벌기업 되고 싶다면 ‘다국적 리더’ 육성하라

▼ ADL프리즘



각국 기업의 활동 무대가 세계로 확장되는 와중에도 유독 국내 시장을 벗어나지 못한 분야가 있다. 바로 최고경영자(CEO) 인재풀이다. 2008년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외국인 CEO를 둔 기업은 14%에 불과했다. 10대 기업 중 외국인 CEO가 있는 기업은 아일랜드 출신 CEO를 둔 미국 석유업체 셰브런 하나였다. 대다수 글로벌 기업은 여전히 본사가 위치한 국가의 내국인을 CEO로 임명한다. 국경을 초월한 CEO는 이제 막 등장한 개념에 불과하다. 현재 아무리 대단한 위용을 누리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이라 해도 외국인 경영진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않으면 가치 창출의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외국인 임원은 타국 출신이라는 한계에 굴하지 않고 현재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이런 인재들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해당 기업은 앞으로 이보다 더 뛰어난 인재를 얻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 기업의 잠재적 가치 또한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맥아더의 ‘제왕적 리더십’ 사랑 받은 이유는?

▼ 전쟁과 경영



맥아더(사진)는 생전에 시기와 존경을 함께 받았던 인물이다. 일부에서는 그가 거의 신처럼 행동했고, 찬양을 넘어 자기숭배의 수준으로 치달았으며, 부하들의 인격까지도 지배하려 했던 ‘제왕적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비판한다. 맥아더에게 그런 면모가 있었던 건 사실일지 모르지만 그의 제왕적 리더십은 자기만족이 아닌 공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서였다. 그는 제왕적 리더십뿐 아니라 서민적 리더십도 갖추고 있었다. 초고속 승진을 한 덕에 그는 병사들과 나이 차가 가장 적은 장교였다. 그는 이 장점을 활용해 병사들과 격의 없이 어울렸다.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최고의 인기 장교로 그가 꼽혔던 데는 병사들과의 잦은 스킨십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맥아더의 위대함은 서민적 리더십에만 머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때로는 형님 같은 서민적 리더십을, 생명이 오고가는 절박한 상황에선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제왕적 리더십을 선보였다. 전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맥아더 리더십의 비밀을 집중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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