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은 지겹도록 이어졌다. 2009년 한 해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7조7000억 원. 2010년 들어서도 1∼4월의 단 4개월 만에 6조1000억 원이 유출됐다. 펀드시장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그러나 5월 들어 이런 흐름에 변화가 나타났다. 남유럽발(發) 재정위기에 천안함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 5월 국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1조7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2008년 6월 이후 최대 규모다. 주가가 1,700 밑으로 떨어진 5월 6일부터 31일까지 17거래일 가운데 자금이 유출된 것은 단 3일에 그쳤다.
그동안의 유출세에서 벗어나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현상에서는 몇 가지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는 1,500∼1,700 구간에선 환매보다 유입되는 신규자금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펀드와 관련한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2년 6월 이후 지난달까지 코스피가 1,500∼1,600일 때는 6조9000억 원이 유입되고 5조4000억 원이 빠져나갔다. 1,600∼1,700에선 17조9000억 원이 유입되고 16조8000억 원이 해지됐다. 결국 이 구간은 환매할 만한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 다 빠져나가고 이제 신규 자금이 들어올 것을 기대해도 되는 구간으로 볼 수 있다.
둘째는 1,700 이상에서도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단기 수급 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을 걱정하지 않는 투자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통계로 볼 때 1,700∼2,000은 과거 펀드로 유입됐던 자금 가운데 부메랑이 되어 환매로 빠져나올 자금이 상당히 많은 구간이다. 그럼에도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올해 인덱스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펀드를 장기적인 자산증식 수단으로 삼겠다는 투자자가 늘어났다는 긍정적 변화의 조짐이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처음 펀드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씻지 못할 아픈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 모든 사람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가져라”고 말한 워런 버핏처럼 환매가 늘어날수록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도 많았다. 현재 국내 증시는 이런 투자자들에겐 기회가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성장과 한국의 발전 가능성을 믿는 투자자들의 자금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