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애플매장 3곳 다녔지만 아이패드 못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5일 03시 00분


■ LG전자 ‘공급망 책임’ 슈네보 부사장고객 헛걸음 안하도록 하는게 물류 핵심”

LG전자의 외국인 임원인 디디에 슈네보 부사장(50·사진)의 방에는 모니터로 사용하는 TV가 2대 있다. 한 대로는 전 세계 LG전자의 물류 현황을 확인하고 다른 한 대로는 세계 각지의 임직원과 화상회의를 한다. 하지만 1년에 그가 이 방에 머무르는 시간은 4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간을 세계 곳곳의 물류창고와 공장, 매장을 둘러보는 데 할애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출신인 슈네보 부사장은 LG전자 최고공급망관리책임자(CSCO·Chief Supply Chain Officer)다. 어떻게 하면 공장과 창고를 잘 활용해 물류비용과 제품 재고일수를 줄일지 고민하는 자리다. 슈네보 부사장은 HP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했으며 최고 수준의 공급망 관리자를 영입하겠다는 남용 부회장의 의지에 따라 2008년부터 LG전자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인터뷰에서 “전자회사에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은 매장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있는지”라며 “고객이 항상 LG전자 제품을 고를 수 있게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미국에 갔을 때 애플의 아이패드를 사기 위해 세 군데 매장에 들렀으나 모두 7, 8일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결국 아이패드를 사지 못했다.

슈네보 부사장은 “이원화돼 있던 멕시코의 TV 생산 공장을 하나로 통합하는 등 생산거점 효율화를 추진했다”며 “휴대전화를 운송하는 트럭 안에 안전망을 쳐서 적재량을 2배로 늘리며 40억 원을 절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탄소배출량도 줄었다고 한다. 그는 원자재 구매부터 완제품 판매까지 모든 화물 흐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24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그의 풍부한 현장 경험 덕분에 가능했던 일들이다.

LG전자는 이러한 공급망 관리 혁신으로 2009년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4억5000만 달러의 경제적 이득을 봤다. 재고일수는 전해보다 10일 이상 줄었다. 결과는 경영성과뿐만 아니라 상으로도 돌아왔다. LG전자 미주법인은 지난달 16일 공급망 관리 분야에서 권위 있는 상인 ‘JDA우수결과상(JDA Real Result Award 2010)’의 ‘물류관리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