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회의 어떤 성과 이뤘나
‘재정 건전성’ 최대키워드 부상
위기때 외화유출 방지 공동노력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재정적자가 심한 국가들이 재정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들은 내수를 확대하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남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안을 극복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상당수 국가는 금리인상을 통한 출구전략을 늦출 것으로 보인다.
G20은 또 한국이 제기한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대출제도를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5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막을 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코뮈니케)를 발표했다.
이번 성명서에는 ‘출구전략’이란 단어가 사라진 대신 ‘재정건전성’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했다. 성명서는 “각국 상황을 고려해 재정건전화 조치를 마련하되 재정 문제가 심각한 국가들은 재정구조조정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재무장관들은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합의했다.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는 굳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최근 남유럽 사태가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나라들에 대해 출구전략 시행을 멈추게 하는 간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에 ‘코리아 이니셔티브(Korea Initiative)’로 제기할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에 대해서는 큰 폭의 진전을 이뤘다. 경제위기 때 외화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지역적, 다자간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성명서에 넣었다. 이에 따라 다자간 통화스와프,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기금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G20 차원의 자본 규제 노력과 차입 투자 억제로 금융회사들이 향후 경제위기에서 더 잘 버티게 될 것”이라며 “자본 규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 때까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위기 때 금융권에 지원했던 나랏돈을 거둬들이는 방안으로 검토되는 은행세는 국가 간 의견차가 커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납세자 보호, 안정적인 신용 공급 등 5가지 기본원칙을 성명서에 포함시켰다. 또 당초 올해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던 은행 건전성 규제 방안을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에 맞춰 내놓기로 했다.
부산=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경찰 4000명 “위화감 안느끼게” 정복 입고 철통경호▼ ■ 빈틈없었던 경호-의전 뒷얘기 5일 저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끝나자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당수 재무장관들은 양자회담에 필요하다며 객실에 있는 침대 2개 중 하나를 빼고 테이블과 의자를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이 때문에 일손이 모자라 객실관리 담당이 아닌 사무직원들도 밤늦게까지 동원돼 침대를 빼고 책상과 의자를 넣는 ‘막노동’을 했다.
의전 고민도 많았다. 호텔 측은 사우디아라비아 대표단이 ‘메카(이슬람 성지)’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도록 나침반을 객실에 준비했다. 와인은 참가국 간 공평성을 감안해 20개국과 상관이 없는 칠레산으로 선택했다. 호텔 마케팅팀의 하윤경 씨는 “20개 국가의 문화를 모두 고려해야 했던 점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남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큰 탈 없이 행사가 끝난 데는 경찰의 역할도 컸다. 경찰은 웨스틴조선호텔과 누리마루 APEC하우스를 중심으로 40개 중대 4000여 명이 투입돼 24시간 경비를 섰다. 외국인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전원 정복을 입고 근무했다.
해경은 3일부터 700여 명이 경비정 10여 척에 나눠 타고 해상경계를 펼쳤다. 김석균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바다를 통한 테러 가능성에 철저하게 대비했고 레저활동을 하면서 우발적으로 경비구역에 접근하는 경우도 모두 차단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