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수 GS건설 사장 “노가다판, 감성문화로 확 바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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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7일 03시 00분


허명수 GS건설 사장의 ‘스킨십 경영’ 주목
직원들과 등산-축구 즐기며 ‘가치공유’ 노력

지난달 중순 경북 김천시 부항댐 건설현장을 방문한 허명수 GS건설 사장이 현장 관계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허 사장은 국내 현장은 한 달에 한두 번, 해외 현장은 두 달에 한 번씩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현장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 사진 제공 GS건설
지난달 중순 경북 김천시 부항댐 건설현장을 방문한 허명수 GS건설 사장이 현장 관계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허 사장은 국내 현장은 한 달에 한두 번, 해외 현장은 두 달에 한 번씩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현장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 사진 제공 GS건설
“변대리∼ 최과장∼ 신부장∼.”

최근 GS건설 임직원들의 술자리 건배 구호는 이렇게 바뀌었다. 지난달 4일 새로운 조직문화 정립을 위한 핵심가치 선포식을 열면서부터다. ‘변화’ ‘최고’ ‘신뢰’를 핵심가치로 정한 뒤 세 단어의 앞 글자를 따서 이렇게 건배 구호를 만든 것이다. 술자리 건배 구호까지 바꾸며 조직 혁신에 힘을 쏟고 있는 허명수 사장(55)을 최근 서울 중구 남대문로 GS건설 사옥에서 만났다.

허 사장은 “국내 건설사들은 이른바 ‘노가다’식의 위계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지만 ‘톱다운(Top-down)’식의 이런 문화로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며 “이제 건설사도 감성문화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GS건설은 지난 10년 동안 매출 규모가 2조 원에서 7조 원대로 늘며 압축적 성장을 했다”며 “급성장한 외형에 맞게 임직원 개개인을 아우르고 묶어줄 수 있는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밧줄’과 같은 무언가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허 사장은 감성문화에서 답을 찾았고, 이를 위해 전 직원들이 감성문화 정립을 위한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작업에 나섰다. 올해 초부터 넉 달 가까이 임원, 팀장, 현장소장 등 직급별로 15차례 이상의 워크숍을 거쳐 변화, 최고, 신뢰라는 세 가지 핵심가치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모든 핵심가치 앞에는 ‘그레이트(Great)’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허 사장은 “골프 칠 때도 굿 샷이라고 안 하고 ‘그레이트 샷’이라고 할 만큼 그레이트라는 단어를 좋아한다”며 “핵심가치에도 그레이트를 붙인 것은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새로운 조직문화를 뿌리 내리기 위해 직원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늘리며 ‘스킨십 경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직원들과 등산이나 축구, 볼링 등을 함께 즐기며 조직의 밑바닥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그는 “직원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있을 수 있는 등산을 가장 즐긴다”며 “등산하면서 직원들 체력도 챙기고, 등산을 잘 못하는 직원이 있으면 ‘건강관리 하지 않는다’며 잔소리할 핑계도 생기고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

허 사장은 ‘위기극복형 최고경영자(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12월 CEO로 취임한 허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부동산 경기침체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GS건설이 지난해 영업이익 5691억 원, 매출 7조3811억 원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도록 바꿔놓았다. 그는 “무엇보다 철저하게 기본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단순히 위기를 모면하기보다는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내실경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최근 형인 GS그룹 허창수 회장과 함께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현장을 둘러봤다. 허 사장은 “원전사업을 그룹의 향후 주력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원전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안팎에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며 “이제 국내 건설사 간의 명암은 해외시장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에 가스 플랜트, 수처리 등 에너지 및 환경 관련 신성장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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