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재가치-산업동향 파악 ‘유망종목 발굴’ 피나는 노력땐 투자자 앞길 아무도 못막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축구 해설자들은 ‘공은 둥글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당시 서독팀 감독이었던 제프 헤르베르거가 헝가리와의 예선전에서 3-8로 대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에서 유래했다. 둥근 공이 어디로 굴러갈지 알 수 없듯이 축구 경기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의미이다.
사실 두 팀의 실력 차가 아주 현격하지 않다면 경기 결과 예측은 상당히 힘들다. 선수들의 컨디션, 감독의 작전, 홈그라운드 여부, 주심의 판정, 날씨 및 구장의 사정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예측 불허의 경기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월드컵 같은 단기전에서는 실력 외의 변수에 의해 승부와 스코어가 크게 좌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축구공만 둥근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의 주식들도 둥글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가 탄성이 너무 커 궤도를 예측하기 힘들고 선수들이 적응하기 어렵다는 불평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최근 주식시장도 남유럽 재정위기와 북한 리스크 등 예상 못한 큼직한 돌발 변수들이 쏟아져 나와 투자자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변동성이 커진 이 둥근 주식들이 어디로 굴러가며 어떤 궤적의 주가 그래프를 그릴지 아무도 쉽게 짐작하지 못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기업의 실적을 반영하면서 움직이긴 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큰 시차가 종종 나타나기도 하고 호재나 악재에 따라 민감한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정부 정책, 증시 수급, 해외시장 또는 투자심리 등 숱한 변수들에 주가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기적인 예측은 더욱 힘든 것이다. 그래서 ‘주가는 귀신도 모른다’는 격언도 생겼다. 주가 예측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고 신의 영역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변수들을 고려하더라도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거나 향후 성장성이 유망한 주식들을 열심히 찾는다면 주식이라는 둥근 공이 어디로 굴러갈지 예측할 수 있는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축구 선수들이 둥근 공을 탓하면서 연습을 게을리 하고 승부를 운에만 맡긴다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 평소에 열심히 훈련을 하고 선수들의 패기가 항상 살아있다면 그 팀은 승리의 확률을 훨씬 높일 수 있다.
주식 투자자들도 주가가 예측하기 힘들다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투자 결과를 운수소관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기업의 내재가치 분석이나 주가의 기술적 분석, 또는 주요 산업동향 파악 등 투자자 나름대로 자신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계속 노력해 나가면서 자기만의 투자철학이나 분석기법을 몸에 익힌다면 분명히 남들보다 나은 투자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서독팀은 우여곡절 끝에 결승전에서 헝가리팀과 다시 맞붙게 된다. 전반 8분 만에 0-2로 끌려가던 서독팀은 그 후 세 골을 연달아 넣으면서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하게 된다. 헤르베르거 감독은 공이 둥글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서독팀의 우승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라는 멍에를 쓰고 있던 독일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고, 이 실화는 ‘베른의 기적’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몇 년 전 국내에서도 개봉됐다.
그런데 이 기적의 이면에는 축구화와 관련된 과학의 힘이 있었다. 폭우 속에서 치러진 경기에서 헝가리팀은 구형 축구화 때문에 발이 무겁고 자주 미끄러진 반면에 서독팀은 아디다스가 개발한 스터드(징) 교체가 가능하고 신축성 있는 축구화를 신어 발이 가벼웠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도 아무 희망이 안 보이는 암담한 상황에서 오히려 반등의 씨앗이 잉태되고 차츰 상승국면으로 접어드는 극적인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주변에 온통 악재만 넘치고 호재는 하나도 보이지 않을 때가 바닥권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우량 종목들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다.
아디다스가 신형 축구화 개발로 서독팀에 월드컵 우승을 안겨주고 현대 스포츠 산업을 꽃피우기 시작했듯이, 주식시장에서도 주가가 크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즉 신제품 개발, 새로운 서비스, 경영혁신, 또는 주가의 신고가 경신 등이 그것이다(본보 3월 22일자 ‘박용선의 투자터치’ 참조). 공은 둥글고 주식도 둥글다. 그리고 주가는 귀신도 모른다. 그렇지만 새로운 유망종목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투자자들의 앞길을 귀신도 막아서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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