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사진)은 요즘 태권도에 푹 빠져 지낸다. 지난해 9월 설립된 태권도평화봉사단의 단장을 맡으면서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태권도와 한국 문화를 전파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신한은행에서 투자은행(IB) 담당 부행장을 하면서 여러 개도국을 다니다 많은 태권도 도장을 들러 보니 항상 태극기가 걸려 있고 한국말을 전파하고 있어 감명을 받았다”며 “한국의 문화를 알린다는 봉사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거꾸로 사업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개도국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수강생은 대통령의 자제 등 사회지도층이어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이들 나라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이나 프로젝트 자문 등의 사업기회도 생긴다는 설명이다. 상업은행은 많은 지점을 갖추고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저축 상품을 주로 팔기 때문에 고객 네트워크가 강하지만 투자은행은 프로젝트별로 일이 진행돼 네트워크 구축이 취약하다. 그는 태권도로 맺은 끈끈한 인연이 앞으로 신한금융투자가 지향하는 IB 중심 증권사를 완성하는 데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이 사장은 “신한금융투자가 사명을 바꾼 이유는 신한금융그룹과 유대를 강화하자는 측면도 있었지만 앞으로 증권사가 위탁매매가 아닌 IB나 자산관리에 집중할 것이라는 다짐의 의미도 컸다”며 “올해를 취임 첫해라는 각오로 새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동지상고 졸업이 최종 학력으로 라응찬 신한금융그룹 회장,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과 함께 고졸 성공 신화의 사례로 알려져 있다. 신한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이기도 하다.
지난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대부분 증권사가 실적이 좋았다. 신한금융투자도 2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생긴 부실에 대한 충당금을 쌓느라 최종 영업이익은 390억 원, 당기순이익은 440억 원에 그쳤다.
그는 “금융회사는 한 번 실수하는 순간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에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며 “뼈아픈 경험을 통해 이런 점을 배웠기 때문에 앞으로 신한금융투자의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 IB를 강화하되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자세로 안전과 이익을 모두 잡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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