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최근 건설사들 사이에서 ‘그린홈’이라고 불리는 저에너지 친환경 주택을 짓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기사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런데 건설사들은 왜 그린홈을 지으려고 하는지 궁금합니다. 집은 입지와 학군이 좋고 교통 편한 데 위치하면 잘 팔리는 게 아닌가요?
저에너지 친환경 주택(그린홈)은 기존 주택과 달리 냉난방 및 급탕에 필요한 에너지를 등유나 가스처럼 외부에서 가져다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주택을 말합니다. 두꺼운 유리를 사용하는 창호와 열 손실을 최대한 막아주는 단열재, 빈틈없이 꽉 닫히는 문과 스스로 열기를 내는 특수물질이 함유된 벽체 등으로 집을 지으면 별도로 난방하지 않아도 집 안의 온기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 효율 높은 환기 시스템을 갖추거나 보일러의 파이프에 냉수를 흐르게 하는 방법 등을 이용하면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집 안을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단열재나 환기장치 등으로는 충분치 않아 부득이하게 냉난방기를 가동할 때는 태양광이나 지열, 풍력 등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이처럼 단열과 환기, 스스로 만든 신재생 에너지 등을 이용하면 집 주인은 아파트 관리비에서 냉난방비와 급탕비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에너지 절감률 100%인 그린홈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열이나 냉기를 뿜는 벽체 등 그린홈 구현에 필요한 기술이 아직 상용화 단계에까지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건설사들은 일반 아파트보다 냉난방비가 적게 나오는 아파트를 속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림산업은 최근 단열기능을 높이고 태양광, 풍력 발전을 이용해 냉난방비를 50% 줄인 수원 광교e편한세상을 분양했습니다. 현대건설도 최근 분양한 서울 반포 힐스테이트 등에 풍력, 지열 발전기 등을 적용해 관리비를 낮췄습니다. 이 밖에 대우건설, 삼성건설, GS건설 등도 2020년경까지 냉난방·급탕 에너지 제로(0)를 실현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이 그린홈 개발에 나서는 것은 정부의 규제 때문이기도 합니다. 국토해양부는 2012년부터는 기존 주택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을 30% 이상 줄인 아파트에만 건축 허가를 내주기로 했습니다. 2017년부터는 에너지 절감률이 60% 이상 돼야만 아파트를 지을 수 있으며 2025년부터는 냉난방비와 급탕비가 1원이라도 나오는 아파트는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건설사들은 규제 도입에 앞서 기술력을 갖추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아파트의 에너지 사용을 규제하려는 것일까요. 이유는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입니다.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에 대비하기 위해 1997년 12월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교토의정서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정해 2005년 2월부터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의무 감축국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2년 교토의정서가 만료되고 2013년 새로운 협약이 마련되면 의무 감축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무 감축국으로 지정된 후에는 정해진 감축 목표치를 넘어서면 탄소거래소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돈 내고 사야 합니다. 반면 목표치 이상으로 온실가스를 절감하면 감축분만큼의 탄소배출권을 돈 받고 다른 나라에 팔 수 있습니다. 기후협약이 온실가스 절감기술을 갖추지 못한 국가에는 위기일 수 있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국가에는 오히려 돈벌이 기회가 되는 것이죠.
정부 조사 결과 국내 에너지 소비 비중은 공장 등 산업분야가 55.4%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아파트를 포함한 건물(29.5%), 수송(15.1%) 등의 순이었습니다.
에너지 절감 100% 아파트인 그린홈이 들어선다는 것은 단순히 관리비를 적게 내 가계 부담이 줄어드는 것 이상의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처럼 높은 에너지 소비 비중을 차지하는 내 아파트가 에너지 소비량을 줄인 만큼, 내가 절약한 냉난방비와 급탕비만큼 국가 경쟁력이 커지는 셈입니다.
자동차 살 때 연료소비효율을 따지듯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나 이사할 때도 해당 아파트의 에너지 효율을 따져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