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부동산 대출 부실로 인한 연쇄 파장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관련 대출 중에서도 금융회사가 신용이나 담보 대신 사업의 수익성을 보고 돈을 빌려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이 발등의 불입니다. 돈을 빌린 시행사들은 갚을 능력이 없습니다.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 특히 저축은행과 보증을 선 시공사(건설업체)가 연쇄적으로 부실화할 수 있습니다.
건설업체는 보증을 남발했고,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건설회사의 보증만 믿고 사업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돈을 빌리는 시행사와 보증을 선 시공사, 대출을 한 금융회사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맞물려 부실을 키운 것입니다. 국내 부동산 PF 대출은 2000년 이후 꾸준히 늘어 한때 일부 저축은행의 PF 대출은 대출 총액의 40%를 넘었습니다.
국내 부동산 PF 대출의 위험성은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정부의 대응은 때를 놓쳤습니다. 저축은행의 PF 대출 비율을 2008년 말까지 30% 이하로 낮출 것을 지시했으나 제재조치가 따르지 않는 행정지도여서 효과가 적었습니다. 그나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30% 룰' 적용 시점은 더 늦춰졌습니다. 6.2 지방선거로 인해 부동산 PF 부실의 처리 시기는 다시 미뤄졌습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부실이 심각한 저축은행의 부실 현황을 4월말까지 파악해 연착륙 조치를 하려다가 선거 이후로 넘겼습니다.
하지만 여당이 선거에서 패배함에 따라 금융회사와 건설회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또 흐지부지될까 걱정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더 견고한 기업 구조조정이 한국 경제를 강하게 만들 수 있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선거에서 여권이 참패하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습니다.
PF 대출 부실의 여파로 부실을 떠안은 금융회사와 건설회사는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에 나서야 합니다. 전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제한적으로 지원을 하더라도 회사나 대주주의 책임부터 엄격히 물어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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