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난방비 40% 줄일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9일 03시 00분


서울 신대방동 삼성옴니타워 ‘히트펌프’시스템 도입 4년간 비용 분석

작동 원리는
공기압축때 발생된 열 활용
물 데워서 난방-온수 공급
日-유럽, 신재생에너지 지정

얼마나 줄었나
가스사용 147만원 난방비
히 트펌프 가동후 90만원으로
심야전기 활용하면 더 줄듯



서울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가 기름이나 가스가 아닌 공기로 물을 데우는 난방장치를 이용해 난방비를 60% 수준으로 줄여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아파트는 지난달 25일부터 심야전력을 이용하기 시작해 난방비가 최고 30%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삼성보라매옴니타워는 2005년 10월 ‘공기열 히트펌프’라는 난방시스템을 설치한 이후 가구별 난방비가 연도별로 35∼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의 가구별 연간 난방비는 가스보일러를 가동한 2005년에는 147만4863원이었다. 그러나 공기열 히트펌프가 본격 가동된 2006년에 90만8662원으로 줄었으며 2007년에는 83만3060원, 2008년 90만4333원, 지난해에는 95만513원으로 집계됐다.

공기열 히트펌프 설치업체인 월드원하이테크 측은 “2006∼2009년에는 가스비가 45% 이상 증가했기 때문에 실제 입주자들이 누린 경제적 효과는 이보다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공기로 난방하는 아파트

공기열 히트펌프 작동 원리는 에어컨 실외기와 비슷하다. 우선 공기를 흡입한 뒤 이를 높은 압력으로 압축한다. 공기가 압축되면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을 이용해 물을 데워 난방을 하고 더운 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에어컨이 실내에서 열을 빼앗아 실외기를 통해 밖으로 배출하는 것과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에어컨은 뜨거운 공기를 버리는 데 반해 히트펌프는 이 열을 에너지로 사용한다는 것. 기계를 작동하는 데만 전기가 필요할 뿐 기름이나 가스와 같은 원료를 구입하는 비용이 들지 않아 사실상 관리비에서 난방비 급탕비 등으로 청구되는 금액은 전기요금인 셈이다.

지난달 25일부터는 심야 전기를 이용해 물을 데워 저장해 두었다가 이 물로 낮에 난방과 급탕을 하기 때문에 가구당 난방비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임범훈 삼성옴니타워 관리사무소장은 “올해 1∼5월 시범적으로 심야전력을 이용한 결과 최고 70%까지 난방비 절감 효과가 있었다”며 “보일러가 기름 대신 공기를 사용한다는 말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이 정도로 절감효과가 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 평범한 원리, 어려운 상용화

히트펌프는 상당수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알고 있는 평범한 기술이다. 그런데도 삼성보라매옴니타워가 주목받는 이유는 공기열 히트펌프의 기술적인 약점을 극복했기 때문.

그동안 공기열 히트펌프는 실외에 설치했기 때문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기계 일부가 얼어붙는 등의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삼성옴니타워는 공기열 히트펌프를 실외가 아닌 지하 주차장에 설치해 결로 현상으로 인한 오작동을 막았다. 또 오랜 기간 시행착오 끝에 각종 진동과 냉매 유출 등의 오류를 바로잡았으며 압축기와 각종 밸브류 압력의 적정값을 찾아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고 상용화까지 일단 성공했지만 그동안 히트펌프 업체들의 시행착오가 잦았던 탓에 건설업계는 여전히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태. 하지만 일부 대기업이 실외에서 작동하는 공기열 히트펌프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시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럽과 일본은 열효율이 높고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히트펌프의 가능성에 주목해 신재생 에너지로 지정하고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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