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 딜라이트에서 곧 갤럭시S를 만날 수 있겠네요.^^’ ‘넵∼! 갤럭시A와 갤럭시S 모두 2.2로 업그레이드 가능합니다.^^’
삼성그룹 제품에 대한 유쾌한 수다가 오가는 곳. 1월 문을 연 삼성의 공식 트위터 ‘삼성인’(twitter.com/samsungin)이다. 삼성인에는 24시간 쏟아지는 목소리를 정리하는 사회자가 있다. 소비자의 질문에 발 빠르게 답하고 유용한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사람이다. 트위터에는 사회자의 사진도, 신상 정보도 없다.
이 얼굴 없는 사회자를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오프라인으로 만났다. 트위터를 빠져나온 사회자는 긴 생머리에 밝은 미소를 머금은 김현지 씨(26).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의 사원이다.
“많은 분이 삼성인의 운영자가 남자일 거라고 생각하세요.(웃음) 언젠가는 어떤 남자 분이 트위터에 자기 직장 있는 지역에 오면 차나 한잔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놀러 가면 꼭 사주세요’라고 답했죠. 그랬더니 그분이 ‘에이, 남자끼리 뭐 차를 마시나요’라며 그냥 해본 말이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삼성의 이미지가 보수적이었나 봐요.”
김 씨는 소비자의 머릿속에 딱딱하게 박혀 있던 삼성의 이미지와 여러 오해가 트위터 소통으로 허물어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각종 루머가 올라오면 삼성이 확인한 내용을 즉각 답하면서 오해가 풀린다는 것.
“삼성인을 시작한 초반에는 삼성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이나 욕이 많아 참 힘들었어요. 소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일방적인 게 많았죠. 속이 많이 상했는데 꾸준히 얘기가 오가다 보니 그런 글은 줄어드는 것 같네요.”
시작은 힘들었지만 트위터 소통 5개월을 맞는 요즘은 보람이 더 크다. 온라인의 창 안으로 비치는 소비자의 따뜻한 마음도 읽는다.
“‘소비자들이 기업과의 대화에 많이 목말라 있었구나’라고 느꼈어요. 과거에는 이런 게 없었으니 고객들이 신기해하고 기분 좋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최근 애플이 ‘아이폰’ 등으로 활약을 하니 걱정되시는지 ‘삼성이 잘해 줬으면 좋겠다’라고도 말씀하세요. 고객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걸 보고 놀랍니다.”
삼성인에 오르는 수많은 질문을 김 씨가 모두 답하는 것일까. 그녀가 삼성의 모든 사정을 다 꿰뚫고 있을 순 없다. 삼성의 이곳저곳에 전화를 돌려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본다. 그녀는 “회사가 워낙 커서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사업부에 전화를 일일이 걸어 답변을 몇 시간이고 기다리다가 답을 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에 묶여 있는 일상이다 보니 업무 관련 회의도 한꺼번에 몰아서 해치운다. 길 가는 중에는 스마트폰으로, 집에서는 컴퓨터로 트위터를 찾는다.
트위터를 통한 소비자의 힘이 변화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T옴니아 등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가 성사된 것. 김 씨에게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변화를 이끌어낸 이런 경험이 큰 보람이다.
“소셜미디어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제 생각엔 지금이 연애 초기 단계랑 비슷한 것 같아요. (삼성과 소비자 간에) 마음은 있지만 말하는 방식이 서툰 것이죠. 부담스러울까봐, 이상하게 보일까봐 속 얘기를 못하는 연인처럼. 아직 서툴러 보이겠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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