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오너같은 CEO’ 이금기 회장 용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입사 50년-CEO 재임 26년만에

제약업계에서 그동안 ‘오너 같은 최고경영자(CEO)’로 불리던 이금기 일동제약 대표이사 회장(77·사진)이 일동제약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일동제약은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재선임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일동제약이 면모를 일신해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나의 용퇴가 필요했다”며 퇴임 이유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일동제약에서 50년 근무했고 1984년부터 26년 동안 CEO로 지냈다.

이 회장이 물러난 것은 올해 3월 창업주의 3세인 윤웅섭 씨(43)가 전무이사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참여하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이 물러난 뒤 일동제약은 기존 이금기 대표이사 회장, 이정치 대표이사 사장(68), 설성화 대표이사 사장(67) ‘3인 체제’에서 이정치, 설성화 대표이사 사장의 ‘2인 체제’로 운영된다.

이 회장은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60년 일동제약에 입사했다. 당시 일동제약은 영업사원이 다섯 명뿐인 작은 회사였지만 윤용구 창업주가 한국 최초의 유산균제인 비오비타를 개발해 팔면서 성장세를 타고 있었다.

이 회장은 입사 후 아로나민 개발에 뛰어들어 3년간 연구 끝에 제품 개발 및 생산에 성공했다. 이후 영업부로 자리를 옮겨 ‘아로나민 마케팅’을 주도했다. 활성비타민제 ‘아로나민 골드’는 지금까지도 일동제약의 대표 의약품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로나민 매출은 일동제약 전체 매출 3166억 원의 10.4%인 329억 원에 이른다.

이 회장은 앞으로 계열사인 일동후디스 경영에 전념할 계획이다. 일동후디스는 1996년 일동제약이 남양산업을 인수한 후 사명을 바꾼 종합식품회사다. 당시 남양산업은 경영이 어려웠는데 지금 일동후디스는 매출 800억 원대의 회사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일동제약(지분 33%)에 이어 이 회사의 2대 주주(16%)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일동후디스를 키워낸 주인공이라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며 “누구보다도 일동후디스를 잘 아는 이 회장이 일동후디스에서 제2의 경영인생을 불태우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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