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달러를 미리 정해진 환율로 매매하는 파생상품인 선물환의 거래규모를 10월부터 제한하고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에 국내은행과 같은 수준의 리스크관리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외화대출자금을 반드시 해외에서만 쓰도록 하는 용도제한규제도 7월부터 시행된다. 최근 해외발 악재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짐에 따라 1999년 이후 10여 년 동안 유지해온 외환거래 자유화 기조를 일부 수정하기로 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13일 이런 내용의 ‘자본 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은행이 조선사, 자동차회사 등 수출업체에서 사들이는 선물환 거래규모를 국내은행에는 자기자본의 50%로, 외은지점에는 250%로 제한하기로 했다. 4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선물환비율은 15.6%로 낮아 별 영향이 없지만 외은지점은 301.2%에 달해 신설되는 규제기준치(250%)를 크게 웃돈다. 은행에 대한 선물환 매입한도를 따로 설정하는 것은 외환거래가 자유화된 국가 가운데 한국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은행이 수출업체로부터 제한 없이 선물환을 매입할 수 있었다. 선물환을 사들인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국에서 달러를 단기로 차입해 국내 외환시장에 내다팔았다. 선물환을 매도한 기업이 나중에 달러화 표시 수출대금을 들고 와 원화로 바꿔 달라고 요구할 때 원-달러 환율이 급락해 있다면 은행의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선물환을 매입한 시점에 달러를 팔아 원화를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환율 변동 폭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정부는 은행의 선물환 매입한도를 정해두면 단기외채 잔액이 점차 줄어들어 금융위기가 닥쳐도 외국 자본이 한국 시장에서 대규모로 빠져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외환건전성 관리를 위해 외은지점이 자율적으로 외화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종전에는 자금 조달원을 다변화하고 위기 시 비상자금조달계획을 수립하는 기준을 국내은행에만 적용했지만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비슷한 강도의 기준을 외은지점에 적용하는 것이다.
또 은행에서 외화대출을 받은 기업이나 개인은 이 대출금을 반드시 원자재 수입대금 결제, 외화차입금 상환, 해외직접투자 등 해외용으로만 써야 한다. 지금까지는 설비투자를 하는 경우 외화대출을 국내에서도 쓸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가 과도하게 유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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