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이진]증시, 유격전 vs 진지전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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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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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식시장에서는 ‘7공주’라는 표현이 종종 들린다.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사들이면서 기세 좋게 상승하는 종목들을 가리킨다. 남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제의 미래가 불확실해 외국인투자가들이 몸을 사리다 보니 이들의 상승세가 더 돋보인다. 개인들이 주로 산다고 해서 ‘7공주’가 값싼 종목들은 아니다. 삼성전기 제일모직 LG화학 LG이노텍 등으로 우량주들에 해당한다.

하지만 펀드 운용을 담당하는 자산운용업계는 ‘7공주’를 곱지 않은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운용업계는 이 종목들의 매수 주체가 ‘무늬만 개인’이라고 말한다. 즉 ‘7공주’의 매수자금이 나오는 곳이 개인 계좌일 뿐 매매 자체는 기관투자가들이 한다는 얘기다. 개인 고객이 증권사의 일임형 랩어카운트에 맡긴 돈을 투자자문사들이 지휘해 매매가 이뤄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개인의 투자자금은 펀드에서 빠져나와 랩으로 들어가는 흐름이 굳어졌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공모펀드 설정금액은 9957억 원 줄어들었다. 반면 랩 잔액은 올 들어 3월까지 1조8094억 원 늘어났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3월까지 집계한 랩 잔액이 이 정도라면 지금쯤은 더 많은 개인 돈이 랩으로 몰렸을 법하다.

운용업계로서는 떠나가는 고객을 붙잡을 묘안이 없어 자문사들이 더 밉살스럽게 비치는 모양이다. ‘특정 종목을 주로 매매해 위험성이 크다’면서 ‘7공주’를 들먹이는 이유도 불편한 심기 탓일 수 있다. ‘운용방식이나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고 어깃장을 놓는 배경도 비슷할 터이다. 마치 펀드처럼 고객 돈을 한데 모아 운용할 수 있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운용사도 있다. 하지만 주요 운용사 사장단이 그동안의 펀드 운용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공개 반성문’까지 발표한 마당이어서 공세 수위를 높이지는 못하는 형국이다.

자문업계는 “펀드 운용이나 잘하라”는 식으로 맞서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운용업계가 공모펀드 영역을 침범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영역 싸움이 아니라 고객이 선택한 결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펀드에 덴 고객들이 랩의 수익률이 좋아 돈을 맡기는데 왜 자문사 탓을 하느냐는 대꾸인 셈이다. 랩이 유격전(遊擊戰)을 수행한다면 공모펀드는 진지전(陣地戰)을 벌인다고 비유할 수 있다. 랩은 주식 편입비중을 맞춰야 하거나 때맞춰 공시를 해야 할 의무가 없다. 증시가 좋지 않다면 보유주식을 모두 팔아 현금을 쌓아놓고 있어도 된다.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할 이유도 없으니 움직임이 한결 가볍다. 펀드는 이와는 정반대로 운용해야 하므로 랩에 비해 제약조건이 많다.

현재의 갈등구도에서는 운용업계도, 자문업계도 승자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세워 랩을 판매하는 증권사들은 미소를 짓고 있다. 랩을 팔면서 판매보수를 챙기고 운용성적이 좋으면 성과보수도 받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금융당국이 시행한 펀드 판매보수 인하도 증권사들이 펀드보다 랩 판매에 더 열을 올리게 하는 요인이다. 개인 고객들은? 지나친 쏠림은 수익률의 평균화를 가져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진 경제부 차장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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