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는 분의 상가(喪家)에 갔습니다. 그분의 지인들과 합석하게 됐습니다. 서로 잘 모르는 성인 남자 4명이 한 테이블에 앉은 것입니다. 서로 명함을 건넨 후 인사를 나누고 나니 할 말이 떨어졌습니다. 어색한 분위기, 그야말로 ‘대략 난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애플 ‘아이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러자 “어, 아이폰 쓰세요? 저돈데…” “이런 앱(응용프로그램) 써보셨나요?”라며 여기저기서 얘기가 흘러 나왔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만난 지 10분도 안돼 아이폰으로 교감을 한 셈이죠.
아이폰 열풍이 좀처럼 가시지 않습니다.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온 지 7개월도 안돼 이미 70만 대가 넘게 팔렸고, 다음 달 국내에 나올 아이폰4에 대한 관심도 상당합니다. 이제는 몰랐던 사람들도 친하게 만들어주는 ‘사교’ 기능까지 할 정도가 됐습니다.
아이폰을 쓰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 지인 중 한 명은 다른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를 만나는 주위 사람들은 “왜 아이폰을 안 샀느냐”는 질문을 하루에도 여러 번 한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못 어울리고 ‘왕따’가 된 것 같다”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삼성전자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아이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아이폰은 이래서 좋은데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저래서 별로다” 하는 식으로 비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죠. 때로는 근거 없는 소문을 낳기도 합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넣은 ‘갤럭시S’를 내놓고 애플과 전면전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1주일도 안돼 갤럭시S의 전 모델인 ‘갤럭시A’가 단종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삼성전자는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기업 트위터 ‘삼성인’에 즉각 해명했습니다.
왜 이런 소문이 나도는 걸까요?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시장) 1등에 대한 견제론”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이폰이 최고”라고 믿는 사람들은 아이폰 아닌 그 어떤 제품도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한 정보기술(IT) 전문가는 “그간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의 제품이 최고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것이 아이폰 등장 이후 흔들린 셈”이라며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스마트폰 시장에 적극 뛰어들지 못한 그들의 잘못”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오늘도 “아이폰 왜 안 샀느냐”고 핀잔하는 애플 마니아와 “삼성전자를 질투하는 것”이라는 삼성전자 마니아가 토론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절대 가치’는 없다는 것이죠. 뭘 고르든 그건 나의 자유고, 그 판단은 존중받아야 하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불쾌한’ 소문이 우리를 괴롭힐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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