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기업 게 섰거라” 2등 기업들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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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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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기아차-다음-홈플러스, 위험 감수한 전략으로 1위 노려

1996년은 코카콜라와 펩시의 ‘100년 콜라 전쟁’에서 펩시가 패배한 해로 기록돼 있다. 당시 코카콜라의 로베르토 고이수에타 최고경영자(CEO)는 “펩시에 신경 써야 할 필요를 더는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펩시는 네슬레에 이어 매출액 기준 세계 2위의 종합 식음료기업이 된다. 코카콜라를 제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펩시가 승부수를 던진 곳은 탄산음료 시장이 아니었다. 코카콜라가 탄산음료 시장에 집중하고 있을 때 참살이 트렌드를 포착하고 주스와 스포츠 음료, 스낵 시장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냈다.

최근 국내의 만년 2등 기업이 약진하고 있다. 각 업계의 대표적인 2등 기업이던 KT와 기아자동차, 다음, 홈플러스가 각 업계 1위 기업과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거나 새로운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기존 고객이나 시장점유율 등 잃을 것이 많은 1등 기업이 주춤하는 사이 운신의 폭이 넓은 2위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2위 기업의 약진

KT는 지난해 말 애플 아이폰을 들여오면서 무선데이터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갖게 됐다.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SK텔레콤, KT, LG텔레콤이 약 5 대 3.5 대 1.5로 3등분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SK텔레콤과 KT가 5 대 5로 양분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가입자 수가 많은 SK텔레콤이 무선데이터통신을 활성화하면 망에 과부하가 걸릴까봐 고심하는 사이 KT가 먼저 치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의 동생이자 만년 2위인 기아차는 올해 들어 새로운 디자인을 앞세워 선전하고 있다. 작년 5월 국내 시장점유율은 현대차 51.2%, 기아차 30.6%였으나 올해 5월에는 현대차 42.4%, 기아차 34.5%가 됐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안정적이고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를 가진 현대차에 비해 기아차는 역동적이고 젊은 이미지로 제품 디자인을 차별화했고 이 전략이 새로운 욕구를 가진 소비자들의 이동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포털업체 다음은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는 네이버에 밀려 만년 2위지만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국내 최초로 음성 통합검색을 도입하고 코드검색을 내놓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다음 관계자는 “다음의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가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는 부동의 1위인 인터넷 검색 시장에 집중하다가 모바일 서비스 대비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들이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이마트가 눈치를 보고 있는 사이 2위인 홈플러스가 대기업슈퍼마켓(SSM) 분야에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SM 시장에 처음으로 가맹사업을 도입해 동네 슈퍼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시도하고 최근에는 킴스클럽마트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기도 했다.

○ 잃을 것이 많은 1등 기업

1위 기업은 기존의 소비자와 시장을 지키느라 혁신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이카루스 패러독스’라 부른다. 그리스신화에서 이카루스가 높이 날 수 있었던 원동력인 밀랍 날개가 태양과 가까워지면서 녹아버려 이카루스가 에게 해에 떨어졌다는 이야기에 빗댄 것으로 최고의 경쟁력이 결국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현상은 2위 기업이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한 ‘유도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상대방의 덩치와 힘을 역이용하는 운동인 유도처럼 1등 기업을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새로운 경쟁영역에 뛰어드는 전략인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형원 수석연구원은 “제품과 기술의 수명이 짧아지면서 1등과 2등이 결전을 벌이는 주기가 과거보다 짧아짐에 따라 2등에게는 역전의 기회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등의 반란은 앞으로 더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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