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개인적으로는 ‘미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통통 튀는 승차감에다 소음이 커서 두 시간 정도 운전하고 나면 온몸이 피곤해서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갈 일이 있었는데 미니가 시승차로 잡혀 있어 그냥 주차장에 세워두고 KTX를 타고 다녀왔을 정도다. 하지만 미니의 디자인이 주는 독특한 개성은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그 개성의 가치보다 승차감이나 종합적인 상품성에 대한 가치에 더 비중을 두는 성향이라 미니가 싫을 뿐이다.
그러나 ‘미니 쿠퍼 JCW’(사진)는 좀 달랐다. 보통 미니보다 더 승차감이 좋지 않다. 게다가 컨버터블이어서 창문을 열고 다니는 것처럼 소음이 컸다. 그런데도 일반 미니 모델보다 역설적으로 매력적이다. 소음과 진동, 승차감은 차라리 완전히 포기하는 대신 미니의 특성 중 하나인 드라이빙 능력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좋지도 않은 승차감을 살리기보다는 아예 인간의 신경조직과 직접 연결돼 조정되는 ‘아바타’처럼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자동차 만들기에 집중했다. JCW는 존 쿠퍼 워크스(John Cooper Works)의 약자로 1960년대부터 미니의 고성능 버전을 만들었던 사람의 이름에서 따왔다.
일단 가속페달을 밟아보자. 아주 예민하다. 조금만 밟아도 휠스핀을 일으키며 차가 팍팍 튀어나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7.3초로 생각보다 빠르진 않지만 가속페달 반응이나 가속감은 상당하다. 작은 차체에 192마력짜리 1.6L 터보엔진이 올라가서다. 게다가 변속기의 동력 직결감도 뛰어나서 가속페달을 1mm 움직일 때마다 즉각적인 반응이 나온다.
핸들링은 더욱 즐겁다. 축구선수가 공을 드리블하다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것처럼 JCW도 운전대에 힘을 주는 순간 날래게 이 차로 저 차로로 옮겨다닌다. 내가 원하는 위치로 순간이동을 하는 듯하다. 그래서 JCW는 천천히 운전하기가 더 힘들다. 신나게 몰아붙이도록 차가 운전자를 자꾸 유혹한다. 어떤 측면에선 스포츠카 포르셰보다 운전이 더 즐겁다. 한바탕 신나게 JCW를 운전하고 났더니 좋지 않은 승차감이 용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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