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는 타이어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서비스’에서 해법을 찾았다. 2004년부터 제조업에 유통 서비스업을 접목시킨 자동차
종합관리센터 ‘티스테이션’을 운영해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 사진은 티스테이션 전경. 사진 제공 한국타이어
과거 타이어 제조업체들은 ‘타이어가 팔렸다’고 했지 ‘타이어를 팔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경쟁 강도가 약했기 때문에 타이어 판매에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호시절’은 2000년대 들어 끝났다. 타이어 희망 소비자 가격이 폐지되면서 업체들 간 가격 경쟁이 격화됐다. ‘타이어가 신발보다 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저가 판매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SK에너지의 스피드메이트, 삼성화재의 애니카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경정비 업체도 늘어났다. 경쟁 환경이 변하면서 타이어 업체의 수익구조는 날로 악화됐다. 당시 타이어 업계 1위였던 한국타이어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격 통일-안전진단 컨설팅 女고객 비중, 경쟁업체보다 앞서 가맹점 엄격관리해 해지율 2%선
한국타이어는 ‘서비스’에서 해법을 찾았다. 2004년부터 자동차 종합관리센터인 ‘티스테이션’을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했다. 이곳에서 타이어 마모 정도를 진단해주는 등 상담 및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렸다. 제조업에 유통 서비스업을 접목시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예상을 웃돌았다. 한국타이어의 시장점유율은 티스테이션 개설 당시 40%(금액 기준)였는데 현재 54%로 뛰어올랐다. 전국 255개의 티스테이션이 한국타이어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고하게 높일 수 있게 한 ‘증폭제’가 된 셈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9호는 티스테이션을 통한 제품서비스시스템(PSS)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한국타이어는 티스테이션을 통해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감을 불식시켰다. 과거 소비자들은 카센터에서 타이어를 교체할 때 ‘카센터 사장이 바가지를 씌우는 게 아닐까’, ‘다른 동네 카센터에서는 더 싼 가격에 팔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티스테이션은 모든 점포에서의 가격을 통일했다. 어느 곳의 티스테이션을 가더라도 고객은 같은 가격에 타이어를 살 수 있었다. 이는 여성 운전자의 증가 추세와도 맞아떨어져 여성 고객을 끌어 모으는 데 한몫했다. 티스테이션의 여성 고객 비중(25%)은 경쟁업체보다 높은 편이다.
운전은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도 착안했다. 한국타이어는 티스테이션을 통해 차량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했다. 단순히 타이어 정비, 교환, 판매에 그치지 않고 고객 차량의 특성, 운전 습관, 운행 행태 등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타이어를 추천했고, 안전 진단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차량을 점검하러 왔다가 타이어를 구매하는 고객도 적지 않았다. 특히 수입차 운전자 등 프리미엄 타이어 수요자들은 이런 서비스에 열광했다.
고객과의 상담 과정에서 추출된 데이터베이스는 신제품 개발에 활용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저가형 실속 타이어인 ‘스마트 플러스’다. 박철구 한국타이어 한국지역본부 상무는 “고객 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경기 불황으로 인한 고객들의 소비성향 변화를 즉각 파악해 경쟁사보다 빨리 저가형 타이어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매장 주인공은 차가 아니라 사람
매장 레이아웃도 고객 중심으로 만들었다. 기존 카센터들은 차량 중심으로 매장을 설계했다.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마땅히 앉을 만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티스테이션은 점포에 대기 공간을 만들어 소파와 테이블, 컴퓨터를 갖다놓아 고객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대기 공간에는 투명 유리창을 설치해 고객이 차량 정비 장면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고객들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한 교육도 실시했다. 본사 차원에서 교육 직원인 ‘세일즈 마스터’를 매장에 보내 판매시점(Moment of Truth)을 8단계로 나눠 단계별 고객 응대 교육을 실시했다. 김운용 한국타이어 마케팅팀 상무는 “카센터에서도 백화점 못지않은 서비스를 받게 한다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 가맹점은 시장지배력 확보 거점
티스테이션의 가맹 해지율은 2%에 그친다. 이는 역설적으로 한국타이어가 가맹 사업으로 돈을 벌지 않겠다고 생각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한국타이어는 다른 프랜차이즈와 달리 가맹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점주에게 로열티 명목으로 월 10만 원을 받는다. 형식적 비용인 셈이다. 가맹점을 한국타이어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거점으로만 보고 전국의 티스테이션에 300억 원을 쏟아 붓는 등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또 가맹점을 엄격하게 관리했다. 본사와 가맹점 간 가교 역할을 하는 ‘슈퍼바이저’라는 직원들을 두고 이들로부터 점포별 매출 분석, 지역 시장 현황 조사 등을 보고받았다. 가맹점의 본사 정책 이행 여부도 점검토록 했다. 6개월마다 가맹점 평가를 실시해 좋은 점수를 받은 티스테이션에는 고가의 장비를 싸게 공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평가 항목에서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가격 준수 비율, 고객 정보 입력 비율, 점포 환경 관리, 직원 친절 점수 등 비재무적 요소가 골고루 반영된다. 이상근 한국타이어 리테일 마케팅팀장은 “성과가 좋지 않은 점포에는 본사 직원을 투입해 성과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등 티스테이션 서비스 개선을 위한 컨설팅 사업도 적극 추진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9호(2010년 6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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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선진국 기업들의 제도를 모방하는 벤치마킹이 크게 유행했다. 기업들은 단기 성과주의적 연봉제와 팀제 구조를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하에 앞 다퉈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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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해넌 교수는 밀도의존이론을 통해 벤치마킹의 한계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대다수 조직이 너도나도 유행하는 경영시스템을 도입하면 오히려 경쟁이 급격히 증가해 생산성과 효율성이 약한 조직은 궤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을 주도하는 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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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이 공개한 글로벌 통합모델 노하우/▼Voice from the Field
기업의 비즈니스가 세계로 뻗어나갈수록 복잡성이 커지고 비효율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에 지속적인 혁신 활동은 필수다. 하지만 전 세계
에 걸쳐 있는 다양한 사업 부문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란 쉽지 않다. 세계 170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IBM이 ‘글로벌 통합 기업(GIE)’ 모델을 도입해 전 세계 조직 통합과 업무 혁신에 성공한 노하우를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 공개했다. 글로벌
통합 기업은 국가나 권역 중심의 사업 운영 체계에서 탈피하고, 전 세계 비즈니스를 하나의 회사로 간주하고 운영하는 모델이다. 즉 업무를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 해당 업무 조직을 통합 배치하고, 여기서 전 세
계를 대상으로 해당 업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재무관리, 인사관리, 공급망관리 등 공통 기능들은 공동서비스(Shared Service) 센터로 통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글로벌 통합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실전
솔루션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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