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글로벌 경제와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주가 상승, 신흥(이머징) 국가 자산가치 상승이 핵심인 듯하다. 일견 타당한 분석이다. 위안화 절상에 따른 중국 내수 확대가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수지와 재정수지 측면에서 건전한 이머징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패턴의 정책이 나타나면 그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표 직후 글로벌 주식시장은 대체로 강세를 나타냈고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30원 떨어졌다.
그런데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예상과 조금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 원화 절상을 노린 외국인투자가들의 채권 매수나 원화 절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경감 효과에도 불구하고 채권가격이 큰 폭으로 내린 것이다. 다시 말해 금리가 올랐다. 21일 하루 사이 시장금리 상승폭은 3년 만기 국채 기준 16bp(0.16%)에 이르렀다.
채권시장 일각에서는 위안화 절상 이후 국내 채권가격이 같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었다. 위안화 절상은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면서 재정적으로 건전한 국가들이 통화가치 절상과 저금리를 통해 부진한 선진국 경제를 보완하는 ‘글로벌 공조’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원화 절상과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며 이는 정책금리 인상 우려를 희석해 시장금리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정부 정책을 보면 단순한 시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것 같다. 정부는 통화가치 절상과 저금리 기조 유지보다 통화가치의 안정화와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정상화라는 정책 조합을 선택하고 있는 듯하다. 급격한 외화 유출입을 막으려는 규제의 도입과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을 강조하는 발언 등을 감안할 때 그러하다.
이러한 선택은 결국 경상수지 흑자가 정부 정책에서 중요한 이슈임을 시사한다. 글로벌 공조 차원에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통화가치 절상,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다 보면 수입 물가가 안정되는 대신 경상수지 흑자가 줄거나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반기지 않는 것이다. 그 대신 통화가치 상승을 막으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국내 물가상승 압력은 금리 등 유동성 조절을 통해 막겠다는 의도로 판단된다.
만약 정부가 이러한 정책 기준을 갖고 있다면 위안화 절상은 결국 시장금리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외국인들의 원화 채권 매수가 이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국내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변화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이 암시하는 원화 자산가치 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방적 금리 하락 요인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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