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2005년 많은 인기를 끌었던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노래로 시작하는 광고부터 2008년 “앞면 뒷면 옆면 옆면”이 반복되는 기업광고, “변화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2009년의 광고까지. 그동안 현대카드의 광고는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으로 현대카드의 상품과 디자인, 서비스 등을 보여 줬다. 혁신적인 광고 캠페인으로 소비자와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그런 신선함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항상 결과물을 볼 뿐이지만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은 언제나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상황에 맞춰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만들고’ ‘깨고’ ‘다시 만드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3월 시작한 현대카드의 새로운 기업광고는 이런 과정을 담았다. ‘make, break, make’ 캠페인이 그것이다. 이번 광고 역시 ‘부수고’ ‘만드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현대카드의 높아진 위상 때문이었다. 시장점유율 2%의 후발주자로 시작한 현대카드는 2009년 업계 2위로 올라섰다. 현대카드는 이제 도전자의 입장이 아니었다. 현대카드의 광고를 만들고 있는 TBWA코리아에 올해 초 주어진 과제는 달라진 현대카드의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기업광고 캠페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현대카드를 규모 측면에서 ‘국내 1위 신용카드 회사’로 부각하기보다는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브랜드로서 시장의 흐름을 만들고 선도하는 ‘애플’ 같은 이미지로 만들고 싶었다.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우리는 현대카드를 크리에이터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TBWA코리아가 광고를 만들기 위해 그러하듯 현대카드 역시 이미 만들어 놓은 것에 안주하지 않고 부수고 버리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금융이라는 영역 안에서 거치고 있었다.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드는 과정 속에서 그것을 즐기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 ‘make, break, make’ 캠페인의 테마는 그렇게 탄생했다.
캠페인 주제가 잡히자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동안 선보일 8편의 광고 아이디어는 쉽게 나왔다. 스타급 배우나 가수를 모델로 동원하거나 포인트 적립과 할인 등의 혜택을 전면에 세우지 않고 오히려 카드회사가 다루기 꺼릴 법한 연체율이나 누적 포인트 사용액 같은 소재들을 거침없이 등장시켰다. 파격을 시도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개미’ 편 등의 광고는 “현대카드 새 슬로건 좋던데?”라는 반응을 이끌어 냈다. 소비자의 공감을 확인할 수 있는 반응에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카드의 ‘make, break, make’라는 슬로건이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광고를 만드는 사람과 광고를 보는 시청자 모두 ‘크리에이터’이기 때문이다.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드는 일은 광고회사에서만 하는 일이 아니다. 모든 직장인이 매일 겪는 일이다. 과제를 만드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날마다 자신의 블로그 스킨 디자인을 업데이트하는 대부분의 사람까지 우리는 뭔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기존의 것을 부수고 고민해본 경험이 있는 ‘크리에이터’이다. 그 과정을 그저 어려운 일로만 생각하지 않고 즐기며 혁신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현대카드 광고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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