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firm&Biz]기고/‘독일 법률시장 개방’에서 배워야 할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한국 법률시장 개방에 앞서 일각에서는 ‘한국 시장이 작고 폐쇄적이라 외국 로펌의 진입이 쉽지 않고 타격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다른 한 쪽에서는 다국적 대형 로펌들의 공격적 경영 형태와 대형화·국제화 추세를 볼 때 한국 토종 로펌들이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법률시장 규모를 가진 독일은 1998년 시장 개방 이후 10년이 채 되지 않아 상위 10개의 토종 로펌 중 8곳이 외국계 로펌에 합병됐다. 현재 씨엠에스 하세 시글(CMS Hasche Sigle)과 글라이스 루츠(Gleis Lutz) 두 곳의 토종 로펌만이 톱 10의 명맥을 잇고 있다.

이렇듯 독일 토종 로펌이 고사한 이유는 법률 시장 발전의 추세를 읽지 못한 채 시장 개방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 개방 직전 대부분의 독일 로펌들은 변호사수 50명 미만의 중소 규모로 산재해 있었다. 자연히 대기업 고객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가 불가능했다. 또 변호사라는 전통적 권위의식에 젖어 서비스업이라는 인식도 적었던 게 가장 큰 패인이었다.

이러한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듯 최근 한국의 대형 로펌들은 인수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전문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시장 개방에 앞서 가장 긍정적인 모습은 기업 고객들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체질 개선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법률시장 자율화(deregulation)는 시장 개방 후 12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이다. 초기에 영국 로펌이 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의 2세대 로펌들도 공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미국 로펌들은 최근 독일 현지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현지 로펌의 인재들을 대거 빼가고 있다. 문제는 전문화된 현지 로펌의 팀 전체가 미국 로펌으로 옮겨가는 경향이다.

현재 내수시장 규모가 포화 상태인 영국은 한국의 법률 시장 개방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도 당장은 관심 없는 듯 보여도 기회를 엿보며 한국 중소 로펌들을 공략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로펌이 시장 개방에 맞서 대형화 전문화에 주력하며 시장의 추세와 서비스 수요를 읽어내는 점은 긍정적이다.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있는 초대형 다국적 로펌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최소한 독일의 법률 시장 개방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전통적 로펌의 모델에 안주하고 새로운 추세를 읽지 못해 도태됐던 독일의 경험을 교훈 삼아 한국의 로펌들이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길 기대한다.

베른하르트포겔 법무법인 화우, 독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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