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집 컴퓨터를 없애겠다”다. 비슷한 말로 “집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같은 얘기도 종종 들린다.
3년 전 ‘넷북’이 주목을 끌 때만 해도 이른바 ‘집 컴’이라 불리는 데스크톱PC의 위상은 굳건했다. 그러나 ‘모바일 PC’ 시대를 연 스마트폰, 애플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PC가 대중화되면서 데스크톱 존재 자체에 의문을 품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이른바 ‘데스크톱 끊기’ 시대, 데스크톱 제조업체들은 모니터와 본체가 합쳐진 ‘일체형 PC’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해 전 세계 일체형 PC 판매량이 2008년에 비해 57% 성장했고 2015년까지 연평균 13%씩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에도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삼보컴퓨터의 ‘루온’ 시리즈나 애플의 ‘아이맥’ 등이 국내 일체형 PC 시장의 문을 열었다면 최근에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소니, MSI 등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터치스크린’을 기본으로 한 제품들을 잇달아 내놨다.
소니가 공개한 일체형 PC 시리즈 ‘J’의 첫 모델(VPCJ115FK/B)은 컴퓨터의 느낌을 최대한 없애려 한 흔적이 보인다. 디자인적으로는 디지털 액자를 연상시킨다. 일반 컴퓨터 모니터와 달리 21.5인치 터치스크린을 ‘거치대’로 지탱해 사용한다.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멀티 터치로 빠르게 선택하는 ‘바이오 게이트’나,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용 소프트웨어 ‘유페인트’를 포함하는 등 기능적으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게 했다. TV를 비롯한 전자제품을 ‘홈 엔터테인먼트’로 포괄하려는 소니의 전략이 묻어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아예 ‘어린이 학습용 컴퓨터’를 표방한 20인치 일체형 PC ‘매직 키즈 원’을 내놨다. 어린이용 인터넷 콘텐츠 제작업체인 ‘지니키즈’와 손잡고 이 업체의 학습 프로그램 130개를 컴퓨터에 담았으며 지니키즈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해 500개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차세대 D램으로 꼽히는 DDR3 3GB(기가바이트) 메모리를 달아 어른들이 쓰기에도 무방하다.
성인층을 겨냥해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한 일체형 PC도 등장했다. 대만 업체 MSI가 최근 한국 시장에 내놓은 ‘MSI 윈드톱 AE2400’은 23.6인치 터치스크린으로, 기존 ‘듀얼코어’ 프로세서보다 성능이 개선된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달았다. 그래픽카드는 영상 색감이 뛰어난 ATI 라데온 계열의 HD5730 그래픽카드가 들어있다. 음향 효과도 강화돼 10W의 우퍼를 따로 달아 웅장하고 현실감 넘치는 소리를 낼 수 있게 했다. TV 수신장치도 있어 안테나만 연결하면 디지털 TV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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