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한 상승흐름을 보이던 주식시장이 중국 선행지수의 하향 조정에 발목을 잡혔다. 미국 콘퍼런스 보드가 5월 선행지표도 아니고 이미 발표했던 4월 선행지수를 계산 착오로 원래 발표치인 1.7% 상승에서 0.3% 상승으로 하향 조정해 발표했던 것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냉각시켰다.
최근 들어 중국의 선행지수가 주식시장에서 이렇게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 적은 없었다. 워낙 고성장을 구가하던 중국이라 선행지수 둔화나 상승 여부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 중국 선행지수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일단 선진국들의 하반기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지기 힘들어 중국에 대한 세계경제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져 있다. 중국이 유일한 버팀목이 되는 상황에서 중국 경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둔화된다면 세계 경제 전망은 더 어두워지게 된다.
무엇보다 3분기에는 중국 선행지수가 저점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던 터라 선행지수 하락폭의 확대는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사실 중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가 세계 경기 회복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최근 주식시장을 굳건하게 뒷받침해 왔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4분기부터 한국과 중국 선행지수가 선진국보다 먼저 하락했고 이제는 반대로 올해 4분기, 이르면 3분기부터 선행지표의 반등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선행지수의 상승과 둔화는 다분히 경기 순환적인 흐름이다. 경제지표의 움직임에는 순환적인 부분과 구조적인 부분이 있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큰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성장을 유지하면 일정한 주기를 갖고 움직이는 경기 순환적인 흐름이 잘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에 쉽게 해결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경기 순환지표가 반등해야 하는 시점에 반등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경제가 구조적인 호황기에는 순환지표상으로 둔화될 국면이지만 경기가 꾸준히 가속화되거나 둔화되더라도 완만한 수준에 그칠 수 있다.
2000년대 초중반은 세계 경제가 중국의 투자 붐과 미국의 부동산과 소비 버블의 영향으로 구조적으로 빠른 성장을 한 국면이었다. 따라서 경기가 순환적인 하강 국면에 들어서더라도 매우 완만한 둔화를 보였다. 반면 경기 반등을 기대하고 있는 현 상황은 당시와는 다르게 선진국이 가계와 재정 악화로 소비 여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선진국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한국과 중국의 경기 반등 시점이 늦어질 수도 있고 반등 폭도 제한적일 수 있다.
3분기는 선진국의 구조적인 경기 부담을 극복하고 아시아와 신흥국가의 경기 반등 시도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기이다. 당분간 각국의 선행지수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선 대우증권 경제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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