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이 트위터에 소개한 英기업 연말 한국 상륙
아이디어로 상식파괴 성공… 中-印-남미시장엔 진출안해
스티븐 패티슨 다이슨 해외사업본부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날개 없는 선풍기를 만든 혁신 노하우를 소개했다. ‘에어 멀티플라이어’(오른쪽 제품)는 공기역학을 이용해 일반 선풍기보다 시원한 공기를 뿜어낸다. 사진 제공 코스모양행
‘진공청소기를 만들어 유명해진 ‘다이슨’사(社)에서 나온 날개 없는 선풍기입니다. 선풍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보고만 있어도 신납니다. 그 차이가 뭘까요?’
4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날개 없는 선풍기를 소개하자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팬 없이 선풍기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나’, ‘한국에서는 왜 이런 유용한 제품을 팔지 않나’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다이슨 진공청소기를 수입하는 코스모양행에는 “정 부회장이 글을 올렸던데 날개 없는 선풍기는 신세계에만 납품할 것인가”, “언제 수입이 시작되나”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날개 없는 선풍기 ‘에어멀티플라이어’는 이르면 올해 말 한국에 상륙한다. 국내 발표에 앞서 이미 국내 소비자에게 신고식을 제대로 치른 이 제품의 매력은 ‘선풍기=날개’라는 고정관념 깨뜨리기. 재기발랄한 발상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영국에 본사를 둔 다이슨은 다른 가전회사들에 비해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이 회사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진공청소기, 손 건조기, 날개 없는 선풍기 단 세 종류의 상품만으로 남부럽지 않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2009년 4분기(10∼12월)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률이 186%에 이른다.
본사는 다른 글로벌기업과는 달리 대도시가 아닌 영국 브리스톨 근처 시골에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스티븐 패티슨 해외사업본부장은 “회사 위치로 보면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한 곳이 아님에도 인재가 몰리는 건 그만큼 다이슨이 (창의적인 제품으로) ‘상징적인’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슨의 노하우는 있는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패티슨 본부장은 “손 건조기인 ‘에어블레이드’를 개발한 기술을 선풍기에 활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서 날개 없는 선풍기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에어멀티플라이어는 원기둥이 큰 원형 링을 받치고 있는 형태다. 원기둥 안의 전기모터가 회전하며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링 안으로 공기를 밀어 올린다. 링에선 일반 선풍기 바람보다 15배 빠른 풍속으로 초당 27L의 공기가 뿜어져 나온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즉시 견본으로 만들어내는 점도 강점이다. 패티슨 본부장은 “6개 프로젝트를 다 견본으로 제작해놓고 한 개만 채택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에어멀티플라이어는 영국에서 약 200파운드(약 36만6000원)에 팔린다. 다른 가전에 비하면 프리미엄급이다. 다이슨은 해외시장을 중시하지만 남들이 다 뛰어드는 중국, 인도, 남미 등 신흥시장에는 제품을 팔지 않는다.
패티슨 본부장은 “소비자들은 진정한 혜택을 주는 제품이라면 비싸더라도 기꺼이 돈을 더 낼 의사가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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