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서민 넥슨 대표… 게임 만들다 머리 아프면… 자전거 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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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3일 03시 00분


6년전까지 술로 스트레스 풀다
자전거 만나 새 세상 얻은 느낌

車 버리고 출퇴근도 자전거로
라 이딩하며 직원들과 소통하죠

매주 토요일이면 직원들과 한강 둔치에서 만나 자전거를 탄다는 온라인게임 회사 넥슨의 서민 대표. 그는 자전거를 타면 잡생각이 
사라져 게임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창의성’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매주 토요일이면 직원들과 한강 둔치에서 만나 자전거를 탄다는 온라인게임 회사 넥슨의 서민 대표. 그는 자전거를 타면 잡생각이 사라져 게임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창의성’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시청률 30%를 넘는 일요일 저녁 TV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최근 이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충북 옥천군을 찾아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오르막길 정말 힘드네” “목마르다” 같은 앓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그러나 몇 분 후 멤버 6명은 이구동성으로 “진짜 좋다”며 감탄했다. 노랗게 물든 보리밭 풍경 등 금강 주변의 경치를 보며 시원한 바람을 가로지르는 묘미 덕택이었다. 이를 두고 멤버들은 한목소리로 “자동차를 탔으면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선릉 앞에서 만난 온라인게임 회사 ‘넥슨’의 서민 대표(39)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마음에 드는 곳, 경치 좋은 곳이 있으면 언제든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잠시 쉬어가고, 그러다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정을 쌓을 수 있는 게 ‘자전거 라이딩’의 묘미”라고 말했다.

게임 개발자 출신인 그는 6년째 이 묘미에 빠져 살고 있다. 게임 개발자들은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 앞에 박혀 있을 것 같은 고정관념도 있을 법하지만 그는 매주 주말 회사 직원 10여 명과 정기적으로 자전거 모임을 만들어 라이딩을 즐긴다. 게임 회사 대표의 ‘자전거 소통’이다.

○ 술로 달랜 주말, 갑자기 나타난 자전거

“게임 개발자라고 하면 컴퓨터 앞에서 밤새우고 바깥세상 일에는 신경 안 쓸 것 같죠. 하지만 실제론 다양한 분야에 취미를 가진 사람이 많고, 한 번 빠지면 깊게 빠진답니다. 제가 6년간 자전거를 탄 것처럼 말이죠.”

6년 전만 해도 미혼이었던 서 대표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한 것이라곤 ‘음주’가 전부였다. 토요일 오후가 돼야 부스스 일어났던 그는 어느 순간 ‘인생을 낭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특히 고향(광주)을 떠나 혼자 살았기에 자기 절제가 필요했던 시기였다. 그러던 중 어린 시절 자전거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동네 친구들과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 가보지 않은 곳을 몰래 탐험한다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갔던 시절의 기억이 생생했다. 그날로 그는 자전거를 사들고 한강으로 몰고 나갔다. “뭔가 막혀 있던 게 뻥 뚫린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그는 이후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당시 살던 삼성동에서 회사(선릉역)까지 차가 막히면 40분까지 걸렸는데 자전거로는 10분밖에 안 걸리더라고요. 무엇보다도 게임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창의성인데 자전거를 타고 나서 잡생각들이 없어졌답니다. 자전거가 제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준 셈이죠.”

현재 그는 동네 산책용 20인치 바퀴의 작은 자전거부터 산악자전거 등 총 3대를 용도에 맞게 사용한다. 대화가 길어지자 서 대표는 “‘하드테일(Hard Tail·앞바퀴에만 서스펜션이 있는 자전거)’부터 썼다” “세계 자전거 3대 브랜드 중 하나인 ‘자이언트’도 타봤다” 등 전문적인 용어를 써가며 자전거 예찬론에 열을 올렸다.

○ 욕심 버리기를 배우고 새 경험을 얻는다

서 대표는 지난해 3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현재 그에게 자전거는 취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실장급 직원 10여 명과 매주 토요일 쉬는 날 한강 둔치에서 만나 자전거를 탄다. 특별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간다. 단지 자전거를 타는 동안 직원들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것뿐이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좀 더 가보자’ ‘다음 목적지엔 뭐가 있을까’ 하는 욕심이 생기죠. 그런데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에서 무리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웁니다. 저도 젊고 의욕 넘치는 개발자일 때는 뭐든 저돌적으로 밀고 나갔는데 회사의 대표가 되다 보니 급할수록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그래서 직원들과 자전거를 타죠.”

지난해 넥슨은 해외법인 매출을 포함해 약 7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한게임(6400억 원)과 엔씨소프트(6300억 원)를 제치고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1조 원 달성이 목표다. 지난달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북미 지역 최대 게임쇼 ‘E3(일렉트로닉 엔터테인먼트 엑스포) 2010’에도 처음 나갔다. 소니와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적인 비디오 게임사들은 이 온라인게임 회사가 만든 게임부터 선불카드제 같은 ‘부분 유료화’ 수익 모델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서 대표는 “매우 진지한 게이머가 있는가 하면 아주 단순한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며 “게임을 비롯한 대중문화 자체가 갈수록 ‘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다양한 가치가 동시에 공존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 사무실에는 ‘그림으로 보는 세상’ ‘우주란 무엇인가’ 같은 다양한 분야의 책이 놓여 있다. 게임 개발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것도 그가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걸 말해 주는 게 아닐까.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서민 대표는

△1971년생 △1995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1997년 서울대 공과대학원 컴퓨터공학과 석사 졸업 △1997년 넥슨 입사 △2002년 넥슨 재팬 이사 △2005년 넥슨 개발이사 △2009년∼현재 넥슨 공동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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