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IC칩으로 바꿨지만… 쓸 곳 없어 ‘무용지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카드 가맹점 188만 곳 중 44만 곳만 단말기 갖춰

카드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카드회사들이 보급을 늘리고 있는 집적회로(IC)칩을 내장한 신용카드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신용카드가 마그네틱 전용 카드에서 IC칩을 내장한 카드로 바뀌었지만 IC칩용 단말기 보급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앞면에 정사각형 모양의 IC칩을 내장한 신용카드 보급률은 9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6개월간 사용실적이 있는 신용카드의 경우 거의 100%가 IC칩이 내장된 신용카드였다.

금감원은 카드 복제 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2003년 모든 신용카드를 위·변조가 어려운 IC칩 카드로 교체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뒷면에는 마그네틱 바가 있고 앞면에는 IC칩을 내장한 카드들로 대부분의 카드를 교체했다.

문제는 IC칩을 읽을 수 있는 단말기를 갖춘 가맹점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전체 카드 가맹점 188만 곳 가운데 IC칩용 단말기를 갖춘 곳은 44만 곳으로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비용을 들여 카드를 교체하고도 단말기 보급이 안돼 IC칩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셈이다.

이는 가맹점들이 18만 원가량이 들어가는 단말기 교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마그네틱선을 이용한 결제에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굳이 돈을 들여 단말기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전체 가맹점에 IC카드용 단말기를 모두 설치하려면 2000억∼3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이르면 올해부터 전국 은행의 자동화기기 5만 대를 개조해 마그네틱 카드로는 돈을 찾거나 이체할 수 없도록 할 예정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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