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도시로서 서울의 위상은 어떤 수준일까. 노무현 정부는 서울을 동북아의 금융허브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을 세운 적이 있으나 지금의 서울과는 차이가 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미국 다우존스는 서울의 금융산업 종합경쟁력을 세계 주요도시 중에서 31위로 발표했다. 1∼3위는 뉴욕 런던 도쿄였으며 상하이는 홍콩 파리 싱가포르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8위를 차지했다. 상하이 베이징 선전 등 중국 도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금융산업의 발전을 추구하는 중국의 의도가 느껴진다.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한 중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선 금융산업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은행을 비롯한 대형기업을 국가가 직접 거느리는 중국에서 돈을 굴려 돈을 버는 금융 분야는 선진국에 비해 아직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중국에서 은행 거래를 해본 사람들은 은행원의 느린 서비스에 고개를 젓는다. 중국이 금융에 가지는 관심은 지대하다. 몇 해 전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화폐전쟁’이란 책이 금융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음모론 차원에서 바라보는 ‘화폐전쟁’과는 달리 ‘자본의 전략’은 국가 경영의 큰 틀에서 발전시켜야 할 분야로 금융을 설명한다. ‘화폐전쟁’은 미국 주도의 금융자본으로부터 중국 경제를 방어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반면 ‘자본의 전략’은 선진 금융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중국 경제를 세계적 자본시장의 중심거점으로 도약시키고자 하는 취지를 드러낸다.
이 책의 내용이 중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 한국의 금융현실에서도 참고할 바가 적지 않다.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선 금융의 현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중국인들에게 경고한다. 금융의 본질을 외면한 채 세계 경제에 대한 음모론적 해석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보여준다. 나아가 중국인들이 과거보다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게 되었지만 부유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왜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흔들리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과 중국 국유기업의 실패 원인이 동일하다는 저자의 분석은 흥미롭다. 위탁-대리관계의 사슬이 너무 길어졌기 때문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과거에는 돈을 빌려주는 사람과 리스크 담당자가 모두 은행으로 동일했지만 지금은 파생상품 등의 발전으로 최종 자금제공자와 자금사용자 사이의 거리가 지나치게 멀어져 대출심사에 철저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중국 국영기업에서도 방만한 위탁경영으로 임원들의 책임을 묻지 않아 국유기업들이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투기활동에도 호의적이다. 투기활동을 일반적인 투자행위이자 기술혁신의 원동력이라고 본다. 투기로 인해 미국 사회에는 끊임없이 거품현상이 나타났지만 그에 힘입어 과학기술의 혁신에 저비용의 자본을 대량으로 공급해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수준은 그 나라 국민들의 경제적 인식이나 행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인에서 인기를 끄는 경제서적 중에 ‘화폐전쟁’뿐만 아니라 ‘자본의 전략’이 있다는 점은 음미해볼 만하다.
1995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가 그해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영화로 떠오르면서 제작사 픽사는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절대강자로 부상했다. 그 뒤 픽사는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등을 잇달아 히트시켰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면서 애니메이션의 정의와 시장의 판도까지 바꾸어버린 픽사의 성공 요인을 해부했다.
디즈니에서 해고당한 존 래스터와 자신이 창업했던 애플컴퓨터에서 밀려난 스티븐 잡스는 픽사의 성공으로 ‘금의환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74년 당시 생소한 분야였던 컴퓨터 애니메이션에 매진한 도전정신과 스토리 구상에만 2년을 투자하는 끈질김, ‘사람 중심 경영’ 등도 조명한다. ‘니모를 찾아서’를 만들 때 제작진은 물고기를 해부해 근육과 아가미 등을 관찰했고, 정기적 회의를 통해 수없이 스토리를 폐기하고 수정했다. 스토리와 감동, 상상력으로 창조산업의 선두에 선 픽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세계적 기업이 몰락하는 5단계 법칙▼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짐 콜린스 지음·김명철 옮김/264쪽·1만3000원·김영사
2008년 9월 미국 굴지의 기업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의 몰락을 보며 저자는 큰 충격에 빠졌다. 자신의 책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가 출간된 지 10년도 되지 않아 처참히 무너지는 ‘위대한 기업’들을 보며 저자는 그들의 몰락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인류사상 6000년에 이르는 기업의 역사를 5년에 걸쳐 조사 분석해 기업이 몰락하는 5단계를 제시했다. 1단계는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기는 단계. 이때 기업은 성공의 근본 요인을 잊고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2단계는 원칙 없이 더 큰 욕심을 부리는 단계로 기업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3단계서는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고 긍정적 정보를 부풀린다. 4단계에는 구원을 찾으며 ‘판’을 뒤집을 합병 등을 추구한다. 5단계는 기업이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 저자는 제록스, HP, 뉴코 등을 예로 들어 몰락의 위기를 경험한 기업도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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