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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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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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 주시 정밀점검 위한 TF팀 구성할 것”

대기업 물량 몰아주기도 조사
우유업체 담합 보고서 작성중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횡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홍진환 기자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횡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홍진환 기자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지표가 좋아졌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며 민생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공정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찾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협의해 항공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늘리고 마일리지 좌석 비율을 높이도록 한 것도 크게 보면 서민생활 안정화 조치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불공정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해왔는데 이번 마일리지 개선책도 중산층을 포함한 국민들의 불만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게 정 위원장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올 하반기에는 하도급 문제를 정밀하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히 대기업이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무리하게 후려치는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정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공정위 청사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올해 하반기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은….

“대기업이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것을 정밀하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특히 수많은 협력업체를 거느린 대규모 사업자들을 주시하고 있다. 이 업무에 공정위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내부에 TF를 구성할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구체적인 업종에 대해서는 직답을 피하며 “신고와 불만이 많이 접수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안팎에서는 수직 계열화된 상태에서 납품업체 간 경쟁이 심한 자동차와 전자 분야가 중점 감시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액화석유가스(LPG), 소주 등의 담합을 강력하게 제재했는데….

“6개 LPG 업체에 6689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을 때는 대기업들이 최고의 법률회사를 동원해 변호에 나섰다. 당시 위원장으로서 언제든지 사표 쓸 준비를 하고 심리를 진행했다. 담합은 시장의 경쟁질서를 근본적으로 해치는 시장경제의 암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특히 한국의 주요 공산품 시장은 과점 구조여서 담합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다른 담합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우유업체들의 담합에 대해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원자재와 중간재에 대한 국내외 기업의 담합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공정위가 물가를 잡는 역할도 했는데….

“담합이나 불공정 경쟁은 직접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공정위가 혐의를 잡고 조사에 들어가면 시장경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이 과정에서 업체 간 경쟁을 통해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행정지도를 통해 억지로 가격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시장경제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취임 후 대기업의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부당 내부거래는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것이 있나.

“올해 3, 4월 대기업 계열사 간의 상품과 용역거래 실태조사를 했다. 하지만 물량 몰아주기에 대한 위법성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법 위반 판단이 어려웠다.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물량 몰아주기의 부당성 판단기준을 구체화하고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법을 지키도록 할 예정이다.”

―요즘은 지적재산권을 남용하는 불공정 사례도 많은데….

“올해 3월 지적재산권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전면 개정하고 실태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실태조사는 지적재산권 남용 우려가 큰 의약품 업계와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전반적인 업계의 거래관행을 분석해 자율적인 시정을 유도하겠다.”

―재임 중 이루고자 하는 가장 큰 목표는….

“한국 사회는 부동산 붐이 일면 부동산에 대거 몰리는 것과 같은 쏠림 현상이 강하다. 또 시장 참여자들이 가격이나 거래 조건에 매우 민감하다. 이런 점을 보면 한국이 독일이나 일본보다 훨씬 더 경쟁지향적이다.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한국형 시장경제 모델’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학자 출신인 정 위원장은 평소 ‘진입규제 완화’와 ‘연성규범 확산’을 강조한다. 특히 법이나 과징금에 의한 제재보다 상생협약 등과 같은 연성규범으로 거래질서를 바로잡으면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박원재 경제부장

정리=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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