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재편의 ‘첫 단추’인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발표를 계속 미루는 가운데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이 13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의 체질이 굉장히 악화돼 있어 앞으로 2년이 됐든 5년이 됐든 건강해질 때까지 우리금융 등 은행 인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우리금융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KB금융이 유보 의사를 밝히는 복잡한 변수가 등장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7월 민영화 방안이 무효화돼 공중에 떠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첫 단추 끼우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외환은행 등 금융권의 다른 인수합병(M&A)이 체증 현상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튀어나오는 복잡한 변수들
KB금융이 우리금융 민영화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자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의 하나로 거론된 금융지주사 간 합병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단독 입찰하면 경쟁이 안 될뿐더러 하나금융에 대한 특혜 시비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이른바 선진국민연대의 금융권 인사개입 의혹 논란으로 특정 금융지주사와의 단순 합병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절친한 관계로 알려져 하나금융의 손을 들어주면 ‘특혜 시비’가 일어나기 쉽다. 결국 금융당국으로선 머리가 훨씬 복잡해진 셈이다. 김은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입장이 왔다 갔다 하는 등 민영화 주체들이 명확한 얘기를 못하니 금융당국으로서도 상황이 복잡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기 쉽다”고 말했다.
물론 KB금융의 얘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각도 있다. 어 회장의 발언은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일부에서도 KB금융이 결국에는 우리금융 인수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당초 어 회장이 내세웠던 것이 메가뱅크론이었는데 은행 비중을 낮추고 사업 다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투자증권 등을 두루 갖춘 우리금융을 흘려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 금융권 M&A 줄줄이 정체되나
우리금융 민영화가 지연될 경우 나머지 금융권 M&A도 줄줄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미국계 사모펀드(PEF)가 매각을 추진하는 외환은행이 대표적이다. 국내 금융권은 우리금융그룹 민영화의 틀이 결정된 이후에나 외환은행 인수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이유로 론스타 측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컨소시엄 형태로 이달 안에 지분 인수를 위한 입찰제안서를 단독으로 낼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노무라홀딩스가 MBK파트너스와 함께 입찰 참여를 위한 초기 단계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다만 외환은행 매각 대금을 둘러싼 론스타와 MBK파트너스 사이의 견해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알려져 최종 매각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외환은행의 주인이 또 사모펀드가 되는 셈이어서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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