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가 오르자 펀드 환매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상승장의 발목을 잡을 것인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1,750 선을 뚫고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자 펀드에서는 이틀간 무려 1조 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1,700 선을 넘길 때마다 반복됐던 대량 환매사태가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가 1,758.01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14일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서는 3470억 원이 유출됐다. 그 다음 날은 유출규모가 더 커져 하루 동안 6555억 원이 빠져나갔다. 이는 펀드 유출입 통계가 집계된 이후 두 번째로 유출 규모가 큰 것으로 2006년 12월 21일(9232억 원) 이후 3년 6개월여 만에 최대치다.
이 때문에 상승세를 탈 것 같았던 코스피는 이틀간 1.11% 하락해 1,738 선으로 내려앉았다. 주가가 상승탄력을 받을 때마다 펀드 환매에 발목이 잡혀 주저앉곤 했던 박스권 장세가 재연될 조짐이 보이는 것. 14일 이후 기관은 8000억 원 가까이 내다팔았지만 외국인은 1조7000억 원 가까이 사들여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코스피가 오르면 펀드 대량 환매가 뒤따르는 현상은 올해 들어 네 번째 되풀이되고 있다. 1월 중순 코스피가 1,700 선 위에 머무는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하루 평균 1180억 원이 빠져나갔다. 1월 말부터 1,600대에 머무르던 코스피가 4월 들어 1,700대를 탈환하자 펀드 자금은 한 달 동안 4조 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남유럽 재정위기로 1,600대로 빠졌던 지수가 6월 중하순 다시 1,700대로 올라서자 펀드 자금은 하루 2000억∼3800억 원가량 유출됐다. 반면 코스피가 빠진 5월에는 하루 평균 900억 원이 유입됐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은 “2005년부터 적립식 펀드가 유행하고 2007년에는 중국 펀드에 너도나도 가입하면서 들어온 자금이 한 번은 빠져나가야 하기 때문에 펀드 환매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매의 강도는 앞으로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이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어 주가상승 기대치가 높아지는 데다 2007년 펀드 붐 때 과도하게 몰려든 자금의 손 바뀜 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어 몇 번의 고비만 넘기면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최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 중 절반가량인 37조2000억 원이 코스피가 1,700 선을 웃돌 때 설정됐다. 이 중 코스피 1,700∼1,800에 유입된 자금은 9조6441억 원인데 이 중 빠져나갈 자금은 상당 부분 빠져나갔고 1,750∼1,800에 들어온 자금 중 환매대기 자금은 1조8000억 원가량이라는 것.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고, 자문형 랩어카운트(자산관리계좌)로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어 증시의 수급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좋고 스페인 그리스 등이 국채 발행에 성공하는 등 남유럽 위기가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어 지금까지 기다려왔던 투자자들이라면 환매를 연기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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