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개점하는 현대백화점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점 9층에는 1000m³(약 300평) 규모의 문화홀(공연장)인 ‘다이아몬드홀’이 들어선다. 580석을 갖춘 이 공연장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420석)보다 좌석이 많다.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서울 청량리역사점과 부산 광복점 신관을 개관하면서 문화홀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일산점에도 롯데시네마를 없애고 그 자리에 문화홀을 꾸밀 계획이다.
○ 백화점 업계의 ‘대형 문화홀’ 경쟁
백화점 마케팅이 바뀌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은 명품 매장을 경쟁적으로 유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공연장 시설 확충과 이벤트 유치에 공을 들이는 ‘문화 마케팅’ 구도를 보이고 있다. 백화점 고객이 주요 문화 상품의 소비층인 데다 백화점 문화홀을 찾는 고객의 충성도가 일반 고객층보다 높다는 백화점 자체 분석에 따른 결과다.
좌석 수로는 현대백화점 일산 킨텍스점이 가장 많지만 공연장 면적으로는 롯데백화점 광복점 신관 문화홀이 가장 크다. 이 공연장은 약 1180m²(약 360평)로 430석을 마련했다. 롯데백화점은 올 12월 영등포점에도 약 825m²(약 250평) 규모의 문화홀을 열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2013년까지 전국 9개 점포에 문화홀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도 400석을 갖췄다.
○ 콘텐츠 확보 경쟁, 수준 한 단계 높여
문화홀 경쟁과 함께 ‘콘텐츠 경쟁’도 눈에 띈다. 일부 공연은 외부 공연장을 대관한 ‘대형 공연’으로 꾸미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3개 점포 문화홀 개점에 맞춰 바리톤 김동규 씨와 SBS 김정택 오케스트라 등이 참여하는 클래식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인순이, 유리상자 등 인기 가수의 콘서트와 안철수 안철수연구소이사회 의장,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등의 강연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소녀시대 등 국내 인기가수와 조지 윈스턴, 데이브 코즈 등 해외 스타 뮤지션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 3월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빌려 조수미 씨의 ‘슈퍼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색소폰 연주자 케니 지와 신영옥, 정명화 씨 등의 공연을 진행했다.
○ ‘명품 마케팅’에서 ‘문화 마케팅’으로
문화 마케팅의 효과는 ‘숫자’로 증명됐다는 것이 백화점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홀을 한 차례라도 이용한 소비자는 평균 연간 586만2000원어치의 물건을 샀다. 일반 소비자 평균 95만5000원에 비해 6.1배나 많다. 구매 횟수도 일반 소비자 평균 15회에 비해 월등히 많은 74회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현대백화점은 올해 문화 마케팅 예산을 지난해 90억 원보다 57.7%나 늘린 142억 원으로 책정했다. 2007년 81억 원, 2008년 85억 원 등 기존 예산 추이와 비교해도 ‘급등’한 수치다. 이 백화점은 “8개 점포의 문화홀 7260m²를 매장으로 꾸몄을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수익 약 946억 원(지난해 3.3m²당 매출액 4300만 원)을 포기하고 문화홀을 운영하는 것도 문화홀 이용 고객이 충성도가 높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화 이미지로 백화점의 위상을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마케팅팀장은 “주요 백화점의 명품 유치 경쟁 결과 지금은 명품 브랜드만으로는 ‘고급 백화점’의 위상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며 “문화를 매개로 한 소비자들과의 소통으로 명품 이미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