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을 투자하면 펀드가 알아서 주식 비중이나 투자 시점을 조절해 주는 ‘똑똑한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간판 펀드로 내세운 ‘분할매수’ 펀드에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1000억 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1,700 선을 올라설 때마다 주식형 펀드에서 환매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연초부터 이어져온 변동성이 큰 박스권 장세에서 분할매수 펀드는 주가가 떨어질 때 자동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전략을 쓰기 때문에 안정적인 데다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다만 대부분 주식혼합형펀드의 전략을 취하는 만큼 주가가 출렁이지 않고 계속 오를 때는 일반 주식형펀드보다 성과가 다소 저조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삼성 분할매수펀드 2주간 1370억 원 몰려
삼성자산운용은 이달 5일부터 16일까지 판매한 ‘삼성스트라이크 분할매수 펀드’에 1374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고 19일 밝혔다. 투자자들이 하루 평균 100억 원 이상을 맡긴 셈이다. 이 펀드는 목돈을 맡기면 삼성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스트라이크 펀드’와 똑같은 종목에 투자하되 3개월 동안 나눠 사들이는 전략을 쓴다. 처음 한 달간 자산의 50%를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2개월 동안 25%씩 쪼개 분할 매수하는 식이다. 목돈을 3개월로 나눠 투자해 단기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회사가 4월부터 선보인 ‘삼성스마트펀드’ 시리즈도 지금까지 400억 원을 모았다. 이 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매달 자산의 0.5∼10%까지 주식 투자 비중을 자동 조절하는 것이 특징. 삼성자산운용은 여러 대표펀드를 분할 매수하는 스마트 펀드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투신운용이 5월 내놓은 ‘한국투자 전략분할매수 펀드’도 3주 동안 449억 원을 모집했다. 고객이 맡긴 목돈으로 4개월간 9차례 걸쳐 주식을 분할 매수하는 방식으로 처음 자산의 9.5%로 주식을 매입한 뒤 매달 2번씩 주가가 떨어졌을 때 자산의 19% 수준에서 주식을 사들인다. 주식혼합형으로 운용되다 주식 편입비중이 85%를 넘으면 일반 주식형펀드처럼 운용된다. 한국투신운용은 곧 이 펀드의 2호를 내놓을 계획이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도 지난달 말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 비중을 줄이고 하락하면 늘리는 ‘스마트분할 투자펀드’를 선보여 13억 원을 모았다.
하나대투증권은 투자자가 미리 추가 매수하는 주가 하락률을 정해놓으면 알아서 펀드 이체 금액을 늘려주는 ‘서프라이즈 적립식 펀드 자동매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1만9500명의 펀드 투자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안정성+수익성’ 두 마리 토끼 노려
기존 거치식 펀드는 투자자가 목돈을 맡기면 곧바로 정해진 만큼 주식을 사들인다. 반면 분할매수 펀드는 목돈을 넣어두면 펀드매니저가 시장 상황을 봐가며 목돈을 나눠 주식을 사들인다. 거치식 펀드에 적립식 투자의 안정성을 결합한 게 분할매수 펀드의 장점이다.
또 시장 상황에 따라 분할 매수하면 평균 매입 단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운용사들은 설명한다. 실제 2009년 9월 판매된 하나UBS자산운용의 분할매수 전략 주식형펀드는 최근 코스피가 1,700 선에 머무르고 있는데도 10%대의 수익률을 올렸다.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분할 매수한 운용 방식이 효과적이었던 것. 동양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10년간 똑같이 적립식으로 투자하더라도 매달 일정한 날 매입했을 때보다 코스피가 하락한 다음 날 매입했을 때 수익률이 최대 28.5%포인트 높았다.
다만 분할매수 펀드는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돈을 채권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두는 등 초기에는 혼합형펀드처럼 운용되기 때문에 코스피가 오를 때 일반 주식형펀드만큼 화끈하게 오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삼성증권 이재경 투자컨설팅팀장은 “분할매수 펀드는 중장기적으로 예금 대비 플러스알파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안전하게 투자하기 좋은 상품”이라며 “특히 올 하반기는 추세적으로 상승 국면이지만 변동성이 있는 장세이기 때문에 수익을 올리기 더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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