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칼럼]우투좌타 열풍과 레드오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4일 03시 00분


김현수-이치로 우투좌타 성공
어린 선수들 따라하기 유행
우타거포 잠재력 포기 우려

녹색사업 열풍 편승 기업들
치명적 위기에 빠져들 수도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 마쓰이 히데키(LA 에인절스), 김현수(두산 베어스)는 모두 우투좌타(右投左打)다. 원래 오른손잡이인 이들은 공을 던질 때는 오른손을 사용하지만 타격 시에는 왼손으로 공을 친다. 야구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최근 한국에서도 우투좌타가 늘고 있다. 야구를 시작하는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거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왜 우투좌타일까. 야구는 왼손 타자가 오른손 타자보다 유리한 스포츠다. 좌타석은 우타석보다 1루 베이스에 가깝다. 타격 후 우타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1루 베이스로 가야 하는 반면 좌타자는 자연스레 시계 방향으로 돈다는 점도 유리하다. 이치로와 히데키는 일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슈퍼스타로 등극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제 학부모들이나 지도자들도 오른손잡이에게 우투좌타를 권하는 일이 잦다.

문제는 이 우투좌타 열풍이 되레 좌타자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 류현진, SK 김광현, LG 봉중근, 기아 양현종, 삼성 장원삼 등 현재 한국 야구계를 호령하는 투수들은 모두 좌완이다. 좌타자는 타격 메커니즘 상 좌투수 공을 잘 칠 수 없다. 주전 대부분이 좌타인 LG트윈스는 올해 류현진에게 한 경기에 무려 17삼진을 헌납하며 대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좌타자의 이점은 분명 있다. 하지만 모두가 이치로나 김현수가 될 수는 없다. 오른손 거포로 클 잠재력이 있는 선수가 유행을 좇아 좌타를 택했다면 더 치명적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포기하고 기약 없는 레드오션에 뛰어든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잦아든 후 많은 기업들이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업종과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대체에너지 등 녹색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꼽는 기업들이 많다. 자사의 핵심 역량과 가용 자원 등은 깊이 고려하지 않고 남들이 유망하다니까, 다른 기업이 돈을 벌었다니까 이 분야를 기웃거려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미국 코넬대의 마이클 해넌 교수가 ‘밀도 의존 이론’에서 밝힌 대로 유행에 동참하는 기업 수가 늘어나면 경쟁 강도가 높아진다. 남을 따라하는 전략을 택하면, 조직 내부로부터 신사업 추진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데 유리할 때가 많다. 단기적으로는 반짝 수익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남과 똑같은 전략이나 시스템을 택했다는 자체가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입지를 확보한 선두주자는 그나마 괜찮지만 후발주자는 치명적인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특급 선수가 되려면 능력도 뛰어나야 하지만 시장의 수급 상황도 중요하다. 좌타자가 득세한 한국 야구계는 최근 오른손 거포 난에 시달리고 있다. 홈런왕을 하다 올해 일본으로 건너간 김태균, 롯데 4번 타자 이대호는 모두 20대 후반이다. 두 사람과 맞먹을 만한 선수는 아직 없다. 이 때문에 김태균이나 이대호급 우타자가 나온다면 그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10년 동안 한 번도 3할대 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는 이범호가 3년간 최대 65억 원대의 계약을 체결하며 일본으로 간 이유도 우타 거포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좌타 거포의 밀도가 더 높다.

유행을 거슬러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행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흘러가고 만다. 단기적 시각에서 유행에 편승하는 행태는 기업에 큰 위험 요인을 안겨줄 수 있다.

하정민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dew@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2호(2010년 8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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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로 피라미드 잰 탈레스 ‘치환의 지혜’/▼ 통찰모형 스핑클


그리스의 이름난 과학자 탈레스는 이집트의 왕 파라오에게서 피라미드의 높이를 측정해 달라는 까다로운 주문을 받았다. 지금이라면 인류가 축적해 놓은 지식을 활용해 간단히 피라미드의 높이를 구했을 것이다. 2500여 년 전에는 그리 쉽지 않은 과제였다. 하지만 탈레스는 단 하루 만에 피라미드의 높이를 정확하게 측정했고, 그 방법까지 소상히 알려줬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을까. 그는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 도구로 바꿔 문제를 해결하는 ‘치환’의 지혜를 활용했다. 탈레스의 ‘치환’이 보여준 통찰력은 현대에서도 유용하다. 1911년 자동차 백미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카레이서 레이 하룬이 대표적 인물이다. 한국에서도 ‘치환의 지혜’를 찾아볼 수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6·25전쟁이 치열하던 1952년 2월 유엔군사령부의 연락을 받았다. 부산 유엔군 묘지에 푸른 잔디를 깔아달라는 것이었다. 한겨울에, 그것도 전쟁 통에 묘지에 깔 잔디를 구해달라는 요청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일처럼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정 회장은 탈레스 못지않은 ‘치환의 통찰’로 이 문제를 거뜬히 해결했다. 정 회장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10년간 통찰력 분야를 연구한 신병철 WIT 대표가 8000여 개의 사례를 분석해 체계화한 모형을 토대로 통찰을 이끌어내는 실무 솔루션을 제시한다.

파트너간 신뢰 높았는데 혁신에 실패한 까닭/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다임러벤츠와 디자인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시계 브랜드 스와치의 합작 개발로 화제를 끌었던 소형차 스마트. 도발적인 디자인이 드디어 빛을 보고 있는 것일까. 이 초소형 자동차의 주문은 날로 늘고 있다. 반면에 푸조와 피아트가 공동 개발한 미니밴의 상황은 다르다. 양사의 우호적 관계 속에서 개발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두 합작 프로젝트의 명암(明暗)이 갈린 이유는 뭘까. 이는 공통의 비전, 문화적 유사성, 공정성과 공평성, 상호 신뢰에 기초한 우호적인 관계가 성공으로 이어지고, 신뢰를 상실한 허약한 협력 관계는 재앙을 낳는다는 대다수 학술 연구 결과와 어긋나 보인다. 신뢰는 파트너십의 창의성과 혁신성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핵심적 요인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높은 신뢰를 유지했는데 혁신에 실패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오히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파트너십이 예상 밖의 성공을 한 사례가 적지 않다. 신뢰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것은 아닐까. 신뢰가 때로는 혁신의 진짜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최적 수준의 신뢰’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가 파트너십의 신뢰에 대한 여러 의문점을 집중 해부했다.

소통의 정석? 최고 전략은 ‘진심 커뮤니케이션’ /▼ 감성 커뮤니케이션 방법론


A전자 김 과장의 머릿속에 차세대 수익모델이 될 기막힌 신제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성공에 대한 강한 확신도 들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관련 부서나 윗사람에게 설득할 일이 까마득했다. 임원 승진을 앞둔 상사는 실패 위험이 큰 새로운 사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시킨 일이나 잘하라고 할 게 뻔하다. ‘내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고민하던 김 과장은 결국 뜻을 접는다. 기업 현장에서 김 과장과 같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글로벌 컨설팅사 타워스왓슨이 내놓은 ‘2010 글로벌 인적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48%가 업무에 대한 열의 없이 마지못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 리더십에 대한 만족도는 37%에 불과했다. 이는 조사 대상 22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무 몰입도가 높은 직원은 전체의 6%로 세계 평균(21%)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기업의 사내 커뮤니케이션(internal communication)은 여전히 사보 제작이나 연말 이벤트 개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제대로 된 사내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무엇일까. 박일준 인컴브로더 대표가 감성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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