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화를 기대하던 매수자들의 문의 전화가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 연기 이후 자취를 감췄습니다. 매도자들도 당분간 매매를 포기한 듯하네요.”(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자)
“매도자들이 활성화 대책이 나오면 집을 내놓으려고 했다가 연기되는 바람에 실망감이 큰 것 같습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자)
22일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부동산시장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거래 실종 상태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었던 소비자들과 건설사들은 실망하는 눈치다. 또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세부 내용에 의견이 엇갈린 데다 발표 시기마저 무기한 연기되면서 정부에 대한 시장의 불신감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 계속되는 매매가 하락
25일 스피드뱅크 등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직전 주에 이어 계속 하락했다. 강남에서는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119m²가 3500만 원 하락한 12억9000만∼13억1000만 원에, 가락동 금호 92m²는 1000만 원 떨어진 4억2000만∼4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양천구에서는 목동 신시가지6단지 181m²A가 5500만 원 내려간 16억∼18억 원, 신정동 신정아이파크 135m²가 5000만 원 하락한 9억∼10억5000만 원에 팔렸다.
투자심리도 크게 가라앉았다. 부동산114는 수도권 거주자 9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0.2%만이 앞으로 6개월 안에 집을 살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했던 2008년 3분기의 16.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간간이 급매물을 찾는 수요도 있지만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로 거래가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정부 대책이 연기됨에 따라 가격을 낮춘 ‘실망’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휴가철이 시작된 데다 정책적인 지원이나 호재도 없는 만큼 현재와 같은 거래 침체가 고착되고 앞으로 하락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책 연기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다는 주장도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과장은 “정부 대책 연기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효과 있는 대책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연기에 따른 큰 파장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 7월 분양 19.5%만 계획대로
정부 대책을 기다리던 건설사들도 분양을 미루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은 7월에 당초 3960채를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19.5%에 불과한 772채만 분양한 상태다. 8월에는 2737채를 분양할 예정으로 지난해 같은 달 1만4004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특단의 대책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기다렸는데 이마저도 없었다”며 “차라리 발표를 하지 않느니만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당초 7월에 분양 일정을 잡고 있었지만 시장이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안 좋고 정부 지원도 없어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일단 8월 분양을 고려하고 있지만 추석이 끝난 뒤인 10월 초로 분양시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일관성 있는 정책이 중요한데도 대책 마련이 부처 간 사전조율 없이 진행되면서 시장의 불신을 사고 있다”며 “정부가 오락가락하며 인위적으로 시장을 왜곡하기보다는 시장이 정상적인 조건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