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인사권을 침해하는 노사 단체협약으로 인한 갈등 때문에 1년 반 동안 직장폐쇄, 원장 사퇴 등 심각한 내홍을 겪어온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노동연구원 사태가 사실상 노조의 백기 투항으로 마무리됐다.
동아일보가 26일 단독 입수한 노동연구원의 최근 단체협약 개정안에 따르면 대표적인 인사 경영권 침해 사례인 ‘연구원은 조합원 인사에 관한 기준을 조합과 협의한다’는 조항이 삭제됐다.
또 지부장, 부지부장, 사무국장 등 조합 임원 징계 시 노조의 동의를 얻도록 한 조항도 없어졌다. 노조 대표가 인사위원회, 평가위원회 등에 위원으로 참여토록 한 조항과 매년 하반기(7∼12월)에 다음 해 직원 채용, 승진, 교육 등 인사계획을 사전에 노조와 협의토록 한 규정도 노사 합의로 없앴다.
조합원을 징계할 때 노조 대표가 참여하는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징계할 수 있던 것도 사측이 직접 징계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7일 이상 무단결근이 아니면 징계할 수 없던 것도 기간과 관계없이 ‘정당한 사유 없이 무단결근한 자’로 징계 요건을 변경했다.
노사 갈등으로 약 1년 반 동안 원장 사퇴, 전면 파업, 공공기관 초유의 직장폐쇄 등 파행 운영을 거듭해 온 한국노동연구원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노사 갈등을 단독으로 보도한 동아일보 2009년 9월 7일자 A12면(위)과 2009년 9월 25일자 A3면 기사.연구원 노사는 또 쟁의기간 중 노조 상급단체 간부가 임의로 연구원을 출입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삭제해 외부 간섭을 배제하기로 했다. 새 단협이 체결되기 전까지 기존 단협의 효력을 인정했던 내용도 6개월까지만 효력을 갖도록 제한했다. 노조가 인력 충원을 요구할 경우 사측은 예산 범위 내에서 충원해야 한다는 조항도 없어졌다.
노동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연구원 운영을 파행으로 만들었던 대표적인 독소조항들이 이번 개정을 통해 대부분 삭제됐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장기간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못한 데 대해 내부적으로 자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동연구원은 지난해 2월 사측이 노조의 인사 경영권 침해가 심각한 단협을 해지하면서 노사 갈등이 시작됐다. 기존 노동연구원 단협은 △인사위원회, 평가위원회 등에 노조 대표를 참여토록 하고 △직원 채용, 승진 시 노조와 협의토록 하는 등 노조의 인사 경영권 침해가 심각한 상태였다.
이후 노조는 지난해 9월 80여 일간의 전면파업을 벌였고, 사측은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전임 박기성 원장이 사퇴하는 등 심각한 분규를 겪었다. 노조 측은 전임 박 원장 자택까지 몰려가 동네 주민들에게 박 원장의 실명과 주소를 공개하며 집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노동연구원 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산하 전국공공연구노조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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