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월엔 40만원짜리 여행상품, 7, 8월엔 95만원인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8일 03시 00분


‘4월에는 39만9000원, 7월엔 94만9000원.’

가격이 일정한 일반적인 상품과 달리 여행 상품의 가격은 시기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관광지인 태국 방콕, 파타야의 5일짜리 여행 상품은 비수기인 3, 4월에는 30만 원대 상품이 있는 반면에 7월 말, 8월 초의 최성수기엔 가장 싼 상품이 100만 원에 육박할 만큼 가격차가 크다. 이는 성수기에 수요가 집중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철 벌어 1년을 버텨야 하는 여행업계의 사정과 항공사들의 항공권 판매 구조도 성수기 여행상품 가격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27일 주요 항공사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의 국제선 항공권 예약률은 지난해 탑승률을 훨씬 웃돌고 있다. 27일∼8월 22일 아시아나항공의 일본 노선 예약률은 92%로 지난해 같은 기간 탑승률 80%를 크게 넘어섰다. 또 동남아(2009년 탑승률 80%→2010년 예약률 96%), 중국(70%→89%), 오세아니아 노선(85%→92%) 등도 지난해 탑승률을 크게 넘어섰다. 대한항공도 지난해 유럽 노선 탑승률이 82%였지만 올해 예약률은 96%에 이르는 등 국제선 예약률이 높다. 올해 해외 여행객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신종 인플루엔자와 경기 침체 등으로 해외여행객이 줄었다가 올해는 사정이 나아져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여행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여름에 해외여행 상품의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것은 여행상품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항공권의 가격이 오르는 데다 여행사들이 여름 성수기에 마진을 크게 남기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방콕 왕복 노선의 일반석 항공권 가격은 비수기에는 50만6000원이지만 성수기에는 78만4000원(개인 구매, 최대 체류기간 7일 등 조건)으로 껑충 뛴다. 여기에 해외 호텔 숙박비도 성수기에는 50∼60% 오른 요금을 요구하기 때문에 여행 상품의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 여행업계에서는 ‘한철 벌어 1년 산다’는 말이 있을 만큼 7, 8월에 최대한 이윤을 남겨 비수기 등 다른 시기를 버티고 있다. 때문에 비수기에는 항공권 가격 수준의 여행상품이 나오는 반면 성수기에는 배 이상 가격이 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비수기에는 1, 2만 원의 마진만 붙여 상품을 판매하지만 최성수기에 스케줄 좋은 항공권을 확보하면 상품에 따라 최대 30만 원까지 마진을 붙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항공사의 항공권 판매 방식도 성수기 여행상품 가격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여행사의 ‘한철 장사’의 관건은 얼마나 많은 성수기 항공권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항공권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여행사들은 성수기 좌석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각 여행사의 비수기 항공권 구매 실적을 반영해 성수기 좌석을 할당한다. 여행사가 성수기 좌석을 확보하려면 손해를 감수하고 비수기 항공권을 구매해야 하고, 이 손실을 성수기 여행상품을 팔아 메우는 구조인 셈이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비수기 좌석에 대해 요금을 모두 내고 블록(여러 개의 좌석을 묶은 것)으로 구매한 경우 비수기 특성상 손님 모집이 원활하지 않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항공사 측은 “항공사로서는 비수기 표를 세일즈하는 일종의 방법”이라고 해명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상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차이가 생기기는 하지만 현재 가격 구조는 성수기 손님의 돈으로 비수기 손님이 여행을 싸게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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