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명의로 된 카드를 사용해 수천만 원의 빚을 진 어머니 탓에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여 있던 학원강사 김모 씨(35). 당장 급전을 구해야 하는데 구할 곳이 없었다. 대부업체도 신용등급 10등급인 그에게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평소 알고 있던 대출직거래 사이트(Peer to Peer·P2P금융)에 사연을 올렸다. 직장 근무 내용과 직장이 확실하고, 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갚겠다는 의지를 담은 글에 투자자들은 대출에 나섰고 그는 연 26%의 금리에 300만 원을 낙찰 받을 수 있었다.
“벼랑 끝에 놓인 사람에게 300만 원이 얼마나 큰돈인데요. 월급이 밀려 잠시 연체가 되기도 했지만 돈을 빌려준 이들이 문자로 ‘힘을 내라’며 격려를 해주시더라고요.”
각종 서민대출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금융소외층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돈을 빌리려고 하는 사람과 돈을 빌려줄 사람을 연결해주는 P2P금융 사이트는 이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주목받고 있다.
P2P금융은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가능했던 기존의 금융거래를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게 함은 물론 대출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이율을 제공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2007년 문을 연 ‘머니옥션’과 ‘팝펀딩’을 중심으로 이용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팝펀딩은 신규 대출회원이 2007년 하반기 1462명에서 2010년 상반기 7802명으로 수직상승했고 대출신청 건수도 255건에서 1482건으로 6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누적대출액도 머니옥션과 팝펀딩이 각각 73억 원과 13억 원을 돌파했다.
P2P금융의 거래구조는 간단하다. 대출이 필요한 사람이 원하는 액수와 사연, 지급하고자 하는 이율(금리)과 신분증 사본, 등기부등본, 재직증명서 같은 증빙 서류 등을 올리면 투자자들이 심사해 개인이 빌려줄 수 있는 액수와 금리를 모은 뒤 대출이 이뤄진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몰리는 까닭에 대출은 대개 20∼30% 선에서 이뤄지지만 때론 10%대로 내려가기도 한다. 연체율은 5% 남짓을 유지한다.
P2P금융이 대출 신청자들의 사연과 서류에 의지해 거래를 하다 보니 신용 분석이 취약해 금융 사고를 양산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 투자자 김모 씨(39)는 “P2P금융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돈만 빌리고 튀어버리는 일회성 악성대출자들이 늘어나 투자회원들이 유심히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자체 투자자 보호책으로 연체가 장기화될 때 회사에서 채권을 구입하거나, 채무자 신상정보를 단계적으로 공개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P2P금융을 관리·감독하는 제도적 가이드라인이 아직 자리 잡지 않았다는 점도 ‘숙제’다. 일단 머니옥션은 대부업 및 대부중개업 등록을 하고 있고 팝펀딩은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대출 희망자들에게 대출을 하고 있어 회사 경영에 법적인 문제점은 없다. 다만 P2P금융 투자자에 대한 규정이 없다 보니 투자자들의 이자소득은 일종의 불로소득으로 간주돼 대부업자(8%)보다도 높은 27.5%의 세금이 붙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제도화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민화 중소기업청 호민관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P2P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서민금융 대안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미국 금융개혁안에도 P2P 금융에 대한 내용을 별도 조항에서 명시하고 있다”라며 “이제 관련법을 통한 적절한 규제와 지원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Q] P2P금융
인터넷 환경을 통해 투자자들과 좀 더 합리적인 이자율로 자금을 필요로 하는 대출자들이 만나 서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P2P(Peer-to-Peer), 즉 개인 대 개인의 금융.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