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로 확인된 아파트 가격은 지역별로 고점 대비 20% 안팎으로 떨어졌고 거래량은 더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와 ‘하우스 푸어(house poor·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의 증가를 예측하는 분석도 넘쳐나고 있다. 인구 구조와 대출 구조, 소득 구조로 볼 때 부동산 재테크 시대가 끝났다는 게 이들 분석의 공통점이다.
이러다 보니 부동산과 관련 업계는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가격 하락도 하락이지만 거래량 위축이 업계 전반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언뜻 생각해 봐도 부동산 중개업을 비롯해 이사업체, 인테리어업체까지 주택 거래와 연관된 수많은 경제 주체가 있다. 언론도 앞다퉈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서민의 고통과 건설사, 금융기관의 부실 우려를 보도하고 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과 기존 규제 완화다.
7월 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이러한 요구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정책금리 인상으로 주택가격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거래가 더 둔화되고 주택가격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악순환을 막기 위해 주택가격을 억지로라도 끌어올려야 하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을 더 늘려 주택수요를 창출하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도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DTI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인가. 만약 DTI를 풀지 않으면 주택시장이 붕괴되고 경제와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인가. 하지만 두 가지 가능성은 모두 크지 않아 보인다.
일단 최근 기획재정부 입장은 정부가 여전히 주택 정책의 큰 틀을 가격 안정에 두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또 가격 안정 이면에는 가계 대출의 위험에 대한 불안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DTI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통화당국 역시 정책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이 통화 정책의 중요한 참고 사항이기는 하지만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제한적으로나마 DTI 규제를 완화한다면 정책금리 인상의 필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기관의 가계 레버리지 위험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가 되지 않더라도 국내 주택시장은 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적다. 디플레이션에 빠진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시장 부진은 충분히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시장이 불안하면 이해 당사자들은 그 불안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또한 실제로 이 과정에서 선의든 불의든 피해를 보는 쪽이 나타난다. 하지만 경제 정책도, 경제도, 시장도 이보다 더 큰 흐름에서 판단해야 한다. 큰 흐름으로 볼 때 국내 주택시장은 아직 비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상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며 이로 인한 피해도 거시 경제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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