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인 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1년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이에 따라 그룹 오너이자 전임 회장인 박삼구 명예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0일 “박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해 7월 31일부로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해 7월 31일 박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의 5대 회장으로 취임해 1년 동안 그룹을 이끌어왔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하는 등 어려운 시기에 회장 직을 맡아 그룹이 무난하게 정상화 수순을 밟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 1년간 굵직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힘든 일들은 대부분 마무리돼 박 회장이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69년 ㈜금호에 입사해 41년째 근무하고 있는 박 회장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고혈압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사의를 표명해 왔지만 그룹 구조조정 등 현안과 맞물려 사임이 미뤄져 왔다. 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의 아들(의사)이 오래전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후임 회장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 상무이사와 전무이사, 그룹 항공부문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박 회장의 사임으로 각 계열사는 사장의 책임 아래 자율경영을 강화하게 된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또 그룹의 중요한 결정은 사장단과 채권단의 협의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의 퇴진으로 그룹 회장직이 공석이 되면서 1년 전 ‘금호가 형제의 난’으로 물러났던 박 명예회장의 경영 복귀가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명예회장은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 등과 관련한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 책임을 지고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해임하고 자신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박 명예회장은 4월부터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의 결정에 따라 금호타이어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고, 그룹의 현안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지만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박 명예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에 대해 그룹 측은 “후임 회장의 선임 일정이나 박 명예회장의 복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룹 내부에서는 박 명예회장이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년이 지났으니 복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고, 그룹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만큼 오너 경영체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같이 물러났던 박찬구 회장이 3월부터 경영에 복귀한 것도 박 명예회장의 복귀를 점치는 이유다.
하지만 그룹이 워크아웃을 하고 있는 만큼 채권단과도 일정 부분 협의가 필요하고, 시민단체와 소액주주 등의 반대도 예상돼 복귀 시점을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스스로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하고선 1년이 지났다고 복귀하려고 하느냐는 따가운 시선도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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